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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산화탄소 양으로 산소 부족 확인
물범은 혈중 산소 농도 직접 감지하는 듯

회색물범(Halichoerus grypus). 실험에서 혈중 산소 농도를 감지해 잠수시간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Sea Trust Wales


회색물범(학명 Halichoerus grypus)은 뛰어난 잠수 능력으로도 유명하다. 보통 20분 정도는 어렵지 않게 잠수하고, 최대 한 시간까지도 잠수할 수 있다고 한다. 오래 잠수를 할 수 있는 능력도 대단하지만, 더 놀라운 건 잠수 중 충분한 혈중 산소 농도를 유지하는 능력이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 생물학과의 조아나 커쇼(Joanna Kershaw) 교수 연구진은 “회색물범이 혈중 산소 농도를 스스로 파악해 잠수 시간을 정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물범 몸에는 산소 센서가 있어 익사를 방지하는 셈이다.

포유류는 생존을 위해 산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포유류는 자신의 혈액 속에 얼마나 많은 산소가 있는지 감지하지 못한다. 대신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로 산소 부족을 확인한다.

인간의 경우 체내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경동맥에 있는 감각 기관을 통해 이를 감지하고, 숨이 차는 식의 반응이 나타난다. 이 때 산소를 흡입하지 않으면 결국 의식을 잃는다.

대부분 시간을 물에서 잠수를 하면서 지내는 해양 포유류는 어떻게 산소 수준을 확인하는 걸까. 커쇼 교수는 야생의 회색물범 여섯 마리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회색물범에게 30m 길이 수영장을 왕복을 시켰다. 회색물범이 잠수를 하기 전에 수면 위 챔버에서 숨을 들이마시게 했다.

회색물범 실험장치. 한쪽 끝에는 숨을 쉬는 챔버가 있고, 다른 쪽에는 수중 먹이통이 있다./Science

챔버는 모두 네 종류였다. 하나는 일반적인 공기처럼 산소 21%, 이산화탄소 0.04%가 들어간 챔버였고, 다른 두 챔버는 각각 일반 공기보다 산소 농도가 절반이거나 두 배 많았다. 마지막 챔버는 표준 산소 농도에 이산화탄소 농도만 200배 높았다.

회색물범은 4종류의 챔버에서 모두 510회에 걸쳐 잠수를 진행했다. 한 번 공기를 들이마신 뒤 잠수하는 시간은 평균 4분이었다. 실험 결과 산소 농도가 높은 챔버에서 먹이를 먹은 뒤에는 더 오랫동안 잠수를 했고, 산소 농도가 낮으면 잠수 시간이 짧아졌다. 반면 이산화탄소 농도는 잠수 시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논문 제1 저자인 크리스 맥나이트(Chris McKnight) 박사는 “물범은 자신의 혈중 산소 농도를 알고 있었고, 그에 따라 수중에서 잠수 시간을 조절했다”며 “인간과 다른 포유류에서 이산화탄소를 감지하는 기능이 회색물범에서는 산소 수준을 감지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물범이 사람보다 자주 잠수를 하면서 이산화탄소에 대한 반응이 둔화되도록 진화했다고 추정했다. 그래서 산소 농도를 직접 감지해 잠수 시간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참고 자료

Science(2025), DOI: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q4921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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