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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운람사가 전날 발생한 산불로 불에 탔다. 운람사 건물이 불에 타 전소한 모습. 김정석 기자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로 신라시대 창건한 사찰인 운람사도 상당한 피해가 났다. 운람사 건물 7채 중 6채가 소실되거나 반파됐지만, 산불에 휩싸이기 전 이 사찰에서 보유하고 있던 중요 문화유산은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다.



운람사 건물 7채 중 6채 불에 타

23일 오후 찾은 경북 의성군 안평면 운람사는 처참한 광경이었다. 운람사로 들어가는 길목부터 탄내가 가득하고, 뿌연 연기가 걷히지 않은 상태였다. 경북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을 모신 보광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주지 스님이 불자들을 접견하는 청어당도 완전히 무너졌다.

23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운람사가 전날 발생한 산불로 불에 탔다. 운람사 건물이 불에 타 전소한 모습. 김정석 기자
23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운람사가 전날 발생한 산불로 불에 탔다. 운람사 경내에 세워진 석탑이 불에 그을려 있다. 김정석 기자

군데군데 그을음이 묻어 있는 석탑 옆으로는 다 쓴 휴대용 소화기가 여러 개 쌓여 있어 전날의 다급함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했다.

법당과 공양간도 뼈대만 남아 있거나 내부가 모두 탄 상태였다. 운람사를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숲마저 대부분 불에 타거나 나무 둥치 부분이 새카맣게 불에 그을려 있었다.

운람사 주지인 등오 스님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근처 벤치에 앉아 잿더미로 변한 운람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운람사가 불에 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불자들이 등오 스님에게 위로를 건네며 합장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빠르게 옮겨

운람사는 국내 불교를 대표하는 신라 승려 의상(625~702) 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경북도 유형문화유산 제428호로 지정된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등을 보유하고 있고, 보물 제1648호인 초조본 불설가섭부불반열반경도 이곳에서 발견됐다. 운람(雲嵐)이라는 사찰의 이름은 아지랑이가 마치 구름같이 피어오른다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구름과 바람의 뜻으로 지어졌다는 설이 있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을 피해 운람사 스님과 보살들이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을 안전한 곳으로 급히 옮기고 있다. 사진 고운사 도륜스님

전날 산불이 시작되자 등오 스님과 보살들은 화염이 운람사를 덮치기 전 빠르게 문화유산부터 옮기는 작업에 뛰어들었다. 목조아미타여래좌상에 담요를 뒤집어 씌운 뒤에 화물차 짐칸에 실었다. 다른 문화유산들도 빠르게 차에 옮겨싣고 직선거리로 10여km 떨어져 있는 의성군 금성면 의성조문국박물관으로 이송했다.

스님과 보살들이 문화유산을 옮기는 동안 운람사를 지키러 온 산불진화대원들이 총력을 다해 불길을 향해 물을 쏘며 불을 끄려했지만 삽시간에 번지는 산불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강풍을 타고 날아다니던 불길은 운람사 목조건물 곳곳으로 내려앉으며 화염을 일으켰다.

산불이 시작된 다음날인 23일 오전까지도 운람사 주변에는 매캐한 연기가 끊이지 않았다. 운람사에서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 아래에서도 여전히 커다란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이날 경북도와 산림당국은 헬기 52대를 동원해 진화 작업을 펼쳤다. 하지만 워낙 화선이 길어 산불을 완전히 잡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역사 가치 깊어…조속히 복원을”

운람사의 본사인 대한불교조계종 의성 고운사 총무국장 도륜 스님은 “의상대사가 창건해 오랜 세월을 이어온 운람사는 역사적·종교적 가치가 뛰어난 곳”이라며 “지역 신도들을 위한 신앙생활의 터전이기도 했던 운람사를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을 피해 운람사 스님과 보살들이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등 문화유산을 안전한 곳으로 급히 옮기고 있다. 사진 고운사 도륜스님

한편 경북도와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진화율은 51%로 집계됐다. 산림당국은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소방헬기 52대, 진화인력 3777명, 진화차량 453대를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주택 74채가 전소됐으며, 실내체육관 등으로 대피한 인원은 35개 마을 1365명으로 집계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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