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값 급등에 '벼락 상속자' 늘어
배우자 상속·공동명의·미성년 증여 활발
배우자 상속·공동명의·미성년 증여 활발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요즘은 평범한 직장인들이 상속세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이죠. 상속세는 수백억대 자산가들이 걱정하던 세금이었으니까요. '부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던 사람들도, 이제 부모님이 서울에 집 한 채만 있어도 상속세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죠.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고객들의 자산 관리를 해주는 금융권에 기현상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수도권과 광역시를 중심으로 상속세 절세법을 묻는 직장인들이 늘어난 것이죠. 사실 상속세는 대표적인 '부자세'로 불리는 세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부모 자산이라고는 주택 한 채뿐인 사람도 상속세를 고민합니다.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일이 왜 벌어졌는지, 그래서 세 부담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아봤습니다. 세무 전문가인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집값 급등에 ‘벼락 상속자’ 됐다
시계를 조금 과거로 돌려보겠습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가 재건축을 하기 전인 2000년쯤 아파트 한 채 가격은 2억 원 안팎이었습니다. 지금은 믿기 힘든 가격입니다. 이후 몇 번의 부동산 상승기를 거쳤는데, 아시다시피 문재인 정부 시절에 특히 많이 올랐습니다. 오죽하면 '벼락 거지'가 됐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죠. 그런데 반대로 벼락 부자와 그 상속자도 속출했습니다. 그들이 누구일까요. 앞서 언급한 2억 원에 잠실 아파트를 구매하신 부모와 그 자녀들이 대표적인 사례겠지요.
지금은 그 아파트의 국민 평형(전용면적 84㎡)이 20억 원을 호가합니다. 재건축으로 주택이 커졌다는 점을 감안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값입니다. 강남권 바깥도 상황은 비슷하죠.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국평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는 14억3,895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0억 원'입니다. 주택 등 상속할 재산이 10억 원보다 적으면 상속세를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세법은 부모님 중 한 사람이 사망하면 최소 10억 원을 상속세를 과세하는 재산에서 공제해줍니다. 한 분만 생존하다 별세해도 최소 5억 원을 공제하죠. 고인에게 부채가 있으면 이 역시 상속 재산에서 빼줍니다. 이때 공제액은 상속자별 상속액마다 공제하지 않고 고인의 상속 재산 총액에서 공제합니다.
말나온 김에 상속세 구조를 조금 더 살펴볼까요. 상속세율은 최대 50%에 이릅니다. 상속 재산에서 공제액을 뺀 금액에 상속세율을 곱하면 상속세가 나오죠. 다만 과세표준이라는 기준이 있어 금액대마다 세율이 다릅니다. 세율은 1억 원 이하가 10%로 가장 낮고 △1억 원 초과~5억 원 이하(20%) △5억 원 초과~10억 원 이하(30%) △10억 원 초과~30억 원 이하(40%) △30억 원 초과(50%) 순으로 높아집니다.
누가 상속세를 고민할까
집값이 오르기 전에는 유주택자라도 대부분은 상속세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예컨대 부모 중 한 분만 돌아가셨고 고인 재산이 시가 11억 원짜리 주택이라면 상속 공제액을 뺀 1억 원에만 상속세를 매깁니다. 상속세 1,000만 원도 큰 돈이지만 이 정도 자산이 있다면 어떻게든 납부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집값이 오르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우병탁 위원은 주택 가격이 11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뛴 사례를 예로 들었습니다. 상속 공제액을 제외하고 남은 10억 원이 과세 대상입니다. 1억 원에 10%, 4억 원에 20%, 5억 원에 30% 세율을 적용하면 상속세는 2억3,000만 원입니다. “‘어차피 아버지한테 물려받았는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죠. 그런데 현금 2억 원을 갑자기 마련하려면 누구나 부담을 느낍니다. 주택을 급매로 처분하거나 상속세를 나눠 낸다면 금전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죠.”
절세하려면 어떻게 하나
사실 부모님 사후는 누구나 상상하기 싫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언젠가 가족에게 물려줄 재산, 어떻게 전달해야 유리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속분을 배우자, 자녀 중 누구에게 많이 배분할지, 손주에게도 물려줄지 등등 따질 사안이 많거든요.
세법이 복잡한 만큼 편의상 간단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부동산 소유주가 사망했고 남긴 재산은 아파트(19억 원)와 오피스텔(3억 원)입니다. 남은 가족은 배우자와 성인 자녀 둘입니다. 과세 대상 총액은 22억 원이고 상속 공제 항목은 기본적인 것뿐입니다.
①배우자도 상속해야
이 가족은 상속 재산이 10억 원이 넘어 상속세를 내야 합니다. 가족 모두가 상속받을 때 상속세를 최대한 줄이려면 배우자에게 법정 상속 지분만큼을 상속해야 합니다. 배우자 상속 공제를 받아 과세 대상을 줄이는 것이죠. 법정 상속 지분은 민법상 가족 구성원이 주장 가능한 최소한의 지분인데 배우자 상속 공제 최대치와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계산해볼까요. 법정 상속 지분율 계산 시 배우자 지분은 50%를 가산합니다. 배우자와 자녀의 지분율은 1.5:1:1입니다. 배우자의 상속 공제액(법정 상속 지분)은 9억4,280만 원이죠(22억 원÷3.5×1.5). 여기에 자녀 일괄 공제액 5억 원과 장례비 감액 등 기타 사항까지 모두 고려한 상속세는 1억5,921만 원입니다. 만약 자녀들에게만 상속하면 세액이 3억652만 원으로 뜁니다. 배우자 상속 공제액이 최소 금액(5억 원)으로 줄어들거든요.
물론 배우자에게 전액 상속하면 상속세는 1억6,000만 원 정도로 줄어듭니다. 다만 이때는 상속으로부터 11년 뒤에 배우자가 사망하면 상속세를 다시 내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배우자 사망 시기가 상속 후 10년 이내라면 단기 재상속 공제를 받습니다. 공제율은 첫해 100%, 2년차 90%, 3년차 80%로 10%씩 줄어듭니다. 우 위원은 “배우자가 건강하다면 이론적으로는 배우자에게 법정 상속 지분만큼 상속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라고 말합니다.
②주택을 공동명의로 바꿔라
부부가 주택을 공동 소유하는 것도 좋은 절세법입니다. 누가 먼저 세상을 떠나더도 자녀 몫 상속세가 줄어듭니다. 예컨대 배우자 중 한 사람이 소유한 주택 가격이 12억 원이면 이 집을 팔아도 세 부담은 거의 없습니다. 이 자금으로 새 집을 살 때 배우자가 50%씩 지분을 소유하면 증여세가 없고 나중에 자녀가 낼 상속세도 0원입니다. 우 위원은 “주택을 갑자기 공동명의로 바꾸려면 취득세를 많이 내니까 추천하지 않는다”며 “장기간 한 주택에서 거주해 비과세 혜택을 모두 받은 후, 그 집을 팔고 다른 주택으로 옮겨갈 때 가능한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③미성년 자녀에게 증여하라
요즘 고소득자 사이에 유행하는 절세법은 미성년 증여입니다. 상속세는 고인이 사망하기 전 10년간 자녀에게 증여한 돈에도 과세됩니다. 다만 증여 후 10년이 지난 금액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죠. 이 점을 이용해 미성년 자녀에게 사전 증여 가능한 최대치(2,000만 원)를 미리 증여하는 절세법입니다. 우 위원은 “보통 과세표준 상한을 고려해 10년마다 2,100만 원씩 증여하면 100만 원에 대한 증여세 세율이 10%이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며 “물려줄 재산이 많은 자산가들은 과세표준 구간을 따져 최대치를 증여하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시각물_배우자 상속 여부별 상속세 차이
부자 아닐수록 미리 공부해야
이 밖에도 온갖 절세법이 많습니다. 기사로 소개하기 불가능할 정도죠. 예컨대 자녀도 물려줄 재산이 많다면 부모 재산을 바로 손주에게 상속하기도 합니다. 상속세가 30% 할증되더라도 그 편이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우 위원은 부자가 아니라도 상속세를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부자들은 전문가를 활용해 일찍부터 상속세 납부를 준비합니다. 갓난아이에게 주식을 물려주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부자들은 높은 세율을 적용받지만 그만큼 대비도 잘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과거에 세태크 수단으로 양도세, 취득세 등을 많이 공부했다면 이제는 상속세를 공부해야 할 때입니다. 상속세제가 개편되면 대상자가 조금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공제액이 늘어날 뿐이지 기본적인 계산법은 같습니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상속세 체계 정도는 알아둔다면 그것이 금방 자녀에게 물려줄 돈으로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