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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진료지원(PA)간호사 제도 6월 시행, 쟁점은?
클립아트코리아

“솔직해져 봅시다. 응급실에서의 응급 처치, 정맥 주사 잡기 등의 술기를 응급 구조사, 간호사들에게 배우지 않았나요?”

지난 17일 서울의대·병원 교수 4인이 발표한 사직 전공의들을 향한 입장문의 한 부분이다. 현업에 복귀하려는 동료를 압박하는 전공의들을 비판하면서 전공의들이 평소 함께 일하는 간호사 등 다른 의료직역 동료를 폄하한다고 지적하면서 한 얘기였다. 이에 전공의들은 “교수는 학생과 전공의를 가르치는 게 업이다. 교수가 아닌 타 직역에게 기본적인 술기를 배우도록 방치한 현실은 오히려 교수님들께서 되짚어보아야 할 부분”(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교수들의 고백과 전공의들의 반발은 의사가 부족한 의료현장의 실태를 보여준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 부족으로 의사 업무가 간호사에게 떠넘겨진 건 오래된 문제인데 (이번 발언도) 그런 사례의 하나”라고 말했다.

간호사들이 의사를 도와 수술·진료 일부 맡아서 하는 관행은 20여년 전부터 등장했다. 이런 업무를 맡는 간호사들을 통상 ‘진료지원(Physician Assistant)간호사’라 불러왔다. 이들은 수술보조, 드레싱, 튜브 삽관·발관 등 업무를 해왔다. 하지만 의료법상 간호사들이 이런 행위를 할 수 있는지에 관한 법적 근거가 불분명해, 이들 업무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란이 계속되어왔다.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에 항의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이후 의료공백이 심해지자 정부는 진료지원간호사 업무를 제도로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당시 정부는 급한 대로 ‘간호사 업무범위 관련 시범사업’을 시작해 간호사들이 할 수 있는 90여개 의료행위를 제시했다. 사업을 시작한 2월 기준 1만명이던 진료지원간호사는 그해 7월 1만6천명으로 늘었다. 한 달 뒤에는 간호법이 제정돼 진료지원업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진료지원간호사들은 일정 기간 임상 경력과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해당 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했다. 오는 6월 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는 구체적인 업무범위를 시행규칙 입법예고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최근 정부가 입법예고를 준비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의사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환자 안전을 위해 의료행위는 면허로 규제하는데 하위법령의 조문으로 의사가 수행해도 위험한 의료행위를 간호사들에게 섣불리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7일 성명을 내어 간호법 시행규칙 입법예고 움직임에 대해 “진료지원인력 업무범위가 근거없이 확대될 가능성에 큰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이에 지난 12일 성명을 내어 “간호법은 교육을 철저히 받고 검증된 간호사가 업무를 하도록 함으로써 효율·체계적인 진료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근거 없는 위기론으로 의료개혁을 방해하지 말라”고 말했다.

미국·영국 등 주요국은 일찌감치 의사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진료지원간호사 제도를 만들어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을 육성하고 있다. 미국은 진료지원인력을 “의사의 감독 하에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기획하여 약물 처방을 포함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영국은 지방 의사 부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진료지원인력을 육성하는데 이들은 주로 지역 1차의료기관에서 활동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진료지원간호사 법제화 논의가 지지부진했지만 최근 초고령사회 진입, 의정갈등 사태 등을 거치면서 진료지원간호사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정형선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는 지난해 10월 간호법 제정 평가 토론회에서 “의사의 의료총괄, 지시에 의해서만 의료행위가 허용되는 기존 체계로는 고령사회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힘들다. 일본에서는 의사와 숙련 간호사 간 업무 이양 및 공유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의사 수가 부족한 한국에서는 간호사 역할이 특히 부각되는데, 이를 위해 현장 간호사의 배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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