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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만족도 대비 비용만 상승 비판
지난 9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프로야구 시범경기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를 찾은 관중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유통 산업 전반에 ‘VIP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역대급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야구에는 선예매를 넘어 ‘선선선예매권’까지 등장했다. 백화점·여행·홈쇼핑 업계 전반에서도 VIP 등급과 대상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추세다. 한때 소수 고액 고객을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였던 VIP 제도가 사실상 ‘유료 기본 옵션’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서비스 대비 높아지는 비용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KBO에 따르면 현재 국내 프로야구 10개 구단 모두 ‘선예매권’을 주는 유료 회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회원가입 시 내는 비용에 따라 30분~1시간 정도 예매 시간에 차등을 둔다. 그러나 프로야구 직관 열기가 뜨거워지자, 기아 타이거즈 등 5곳은 올해 이보다 비싼 회원제 혜택인 ‘선선예매’를 도입했다. KT 위즈는 차등에 차등에 차등까지 혜택을 주는 ‘선선선선예매’ 시행을 시작해 뭇매를 맞고 있다. LG 트윈스는 선예매가 포함된 유료 멤버십 가격을 기존 2만원에서 10만원으로 다섯 배나 인상했다.

대부분 구단은 선선예매권 구매 인원을 제한하지 않기에 회원이 아닌 일반 관중은 표를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돈 많이 쓰는 팬만 좋은 자리에서 경기 보고, 일반 팬은 ‘하나님석(경기장에서 멀어 하늘에 가까운 좌석)’에서 내려다봐야 하냐”며 “일반 예매권은 충분히 남겨뒀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열된 ‘티켓 계급제’는 암표 거래도 부추기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서 선예매로 인기 좌석을 선점한 후 웃돈을 붙여 되파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4만5000원짜리 좌석이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35만원에 팔린 사례도 있다.

이 같은 VIP 인플레이션은 유통업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주요 백화점들은 올해 들어 VIP 등급을 더 세분화해 차별화된 혜택을 강조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기존 6단계에서 최상위 등급 ‘블랙 다이아몬드’를 신설해 총 7단계로 VIP 체계를 확대했다. 골드, 레드 등 일부 중상위 등급의 진입 기준도 상향됐다.

현대백화점도 ‘프레스티지’ 등급을 새로 도입하고, 일부 등급의 연간 구매 기준을 1000만~3000만원가량 조정했다. 그러나 가격 기준이 올라간 데 비해 일부 혜택은 오히려 줄었다. VIP 고객에게 제공되던 명품 마일리지 사용 브랜드 수는 기존 80여개에서 12개로 축소됐고, ‘그린 등급’ 고객에게 제공되던 ‘카페H’ 음료 서비스 횟수도 줄었다.
모두투어 제공

고가 여행 상품 비중은 팬데믹 이전 5% 미만이었지만 현재 20~25% 수준까지 늘었다. 모두투어는 최근 1인당 수천만 원대의 ‘하이클래스 패키지’를 선보였다. 이 상품은 ‘1일 1미슐랭’ 식사, 전 일정 5성급 호텔 숙박, 비공개 파티 등 초고급 일정을 포함하고 있다. 단가는 높지만 참가 인원이 적어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향후 VIP 소비자 확대를 기대한 행보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VIP를 위한 폐쇄형 혜택이 확산 중이다. 현대홈쇼핑은 고액 고객만 참여할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 ‘시크릿 쇼라’에 이어 지난해 하반기 ‘퍼스널 쇼라’를 론칭했다. 두 채널 모두 최근 6개월간 100만 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만 사전 초대장을 발송한다. 지난해 12월에는 에르메스 접시, 프로맘킨더, 파라다이스 호텔, 엘시티 숙박권 등을 선보였다. 다음 달에는 골드바, 고급 액세서리 제품 등을 판매할 예정이다. 지난해 해당 채널의 매출은 전년 대비 56.4%나 증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를 크게 개선하지 않으면서 등급을 더 잘게 쪼개 소비자에게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는 착각을 심어주는 전략”이라며 “문제는 이런 구조가 소비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기회의 평등 대신 구매력에 따른 선별 혜택을 일상화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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