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쟁점 일부 겹치지만 관여도 달라
한 총리 ‘계엄 묵인’·윤 대통령 ‘계엄 실행’ 차이
한 총리 탄핵 기각 시 ‘계엄 위헌성’ 안 밝힐 수도
한 총리 ‘계엄 묵인’·윤 대통령 ‘계엄 실행’ 차이
한 총리 탄핵 기각 시 ‘계엄 위헌성’ 안 밝힐 수도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차 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오는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사건부터 선고하기로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라는 연결고리가 있는 만큼 한 총리 사건의 결정문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이들의 탄핵소추 사유를 들여다보면 실제로 일치하는 부분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총리와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는 모두 ‘비상계엄의 실체적·절차적 요건이 위법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는 “비상계엄을 선포할 만한 사회질서 교란 상태가 전혀 아니었으며, 국무회의 심의 등 비상계엄의 절차적 요건도 갖추지 않았다”고 했다. 헌재가 한 총리 사건에서 비상계엄 관련 판단을 내리면 윤 대통령 사건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포고령 발포, 국회 봉쇄, 정치인 체포 등 비상계엄 관련 쟁점 중 한 총리와 윤 대통령이 모두 연관된 부분은 ‘계엄 전 국무회의’다. 다만 한 총리는 국무회의를 소집했을 뿐이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보다 계엄 관여도가 낮다. 윤 대통령 사건에서는 윤 대통령이 국무위원 상당수가 반대하는데도 5분 만에 국무회의를 끝내고 계엄을 선포한 점도 문제시됐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재는 국무회의 의결 정족수, 진행 시간, 국무회의록 존재 여부 등을 보다 종합적으로 심리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총리가 내란에 가담·방조했는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국무회의 소집 여부에 관한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윤 대통령 사건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만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차이는 한 총리는 비상계엄을 ‘묵인’했고,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실행’했다는 점이다. 또 한 총리는 심판 내내 비상계엄 정당성을 강변한 윤 대통령과 달리 “대통령의 계획을 사전에 몰랐으며, 비상계엄에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주도했다는 것이 논란이지만, 한 총리는 (비상계엄을) 계획조차 하지 않았다”며 “(탄핵소추 사유가) 겹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성질이 다르다”고 말했다.
한 총리 탄핵심판에서 헌재가 비상계엄 관련 소추 사유를 기각하면 ‘비상계엄 위헌성’에 대한 판단은 별도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헌재가 한 총리의 내란 동조를 인정하면 비상계엄이 얼마나 위헌·위법한지 따져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내란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서술만으로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한 총리는 (비상계엄에) 공모하거나 방조한 적 없다고 판단하면 (한 총리) 행위에 대해서만 설명할 뿐, 비상계엄 위헌성은 따질 필요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탄핵심판 과정에서는 두 사건 모두 ‘내란죄 철회’와 ‘수사기관 증거 채택’이 쟁점이었다. 국회 측은 두 사건 모두 변론준비절차에서 ‘형법상 내란죄’는 탄핵심판 쟁점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와 윤 대통령 측은 헌재가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기록을 증거로 채택하자 이의를 제기했다. 이 같은 절차적 사안에 대해 헌재가 한 총리 사건에서 먼저 결론을 내놓을지도 주목할 지점이다.
헌재가 한 총리 사건에서 탄핵안 의결 정족수 문제 등으로 본안 판단 없이 각하 결정을 내리면 비상계엄 관련 헌재 판단은 확인할 수 없다. 다만 헌재가 국민의힘이 한 총리 탄핵안 의결 과정을 문제 삼으며 우원식 국회의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결정을 이번 탄핵심판과 함께 선고하지 않기로 하면서 각하 가능성은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