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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하게’ ‘랜선 친구들과 함께’
재미·공부, 두 마리 토끼 잡는 요즘 세대
‘7세 고시’ ‘초등 의대반’ 같은 불안을 부추기는 표현이 아니더라도, 공부는 여전히 우리 삶을 움직이는 유효한 가치로 존재한다. 다만, 달라지고 있는 것은 Z세대가 공유하고 있는 ‘즐기는’ 공부법이다.

한때 ‘공부가 가장 쉬웠다’는 역설하듯 고통과 인내의 상징이었던 것을 즐긴다고? 이들은 마치 게임의 미션을 깨듯, 스마트한 도구로 효율을 끌어올리며 즐거움과 성취 사이 어딘가에서 새로운 공부법을 만들어내고 있다.

Z세대는 마치 게임의 미션을 깨듯, 스마트한 도구로 효율을 끌어올리며 즐거움과 성취 사이 어딘가에서 새로운 공부법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터넷을 켠다=공부를 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박선지씨(25)는 매일 ‘순공 시간(순수하게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마다 유튜브 앱을 켠다. 크리에이터가 실시간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라이브’로 촬영해 공유하는 콘텐츠인 ‘스터디윗미(Study with me)’를 시청하기 위해서다. 주로 의대생, 공시생의 스터디윗미를 즐겨본다. “시간을 쪼개 열심히 사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분발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비단 박씨만의 습관은 아니다. Z세대 학습법은 ‘스마트 기기’로 시작해 ‘랜선’으로 마무리된다. 빼곡하게 노트 가득 필기하며 암기를 해온 구세대에게는 다소 생경한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팬데믹과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낸 Z세대에게 태블릿 PC나 노트북이 없는 공부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다.

영문과에 재학 중인 최서연씨(21)는 친구들과 화상 회의 플랫폼을 이용해 어학 공부를 한다. 사전에 정한 주제를 토론하며 의견을 나누는 식이다. ‘라이브 스터디’로 함께하는 시간이 끝나면 카메라를 켜둔 채 2시간 정도 각자의 미션을 진행한다. 최씨는 “혼자 했으면 분명히 느긋해졌을 것”이라며 “계획을 공유하고 진도를 점검하다 보면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팬데믹과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낸 Z세대에게 태블릿 PC나 노트북이 없는 공부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다. 이들은 “어차피 해야 하는 공부, 재밌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다소 시들해졌지만 ‘공스타그램(특정 기간 한 공부를 소셜미디어에 인증할 때 사용하는 해시태그)’이나 ‘과몰입 공부법’도 여전히 MZ세대의 대표 공부법으로 꼽힌다. 과몰입 공부법이란 자신이 특정 상황에 놓였다고 상상하고, 이와 관련된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 감각 쾌감 반응)을 들으며 공부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자신이 해리포터가 됐다고 설정하고 호그와트 마법학교 도서관의 책 넘기는 소리를 들으며 학습하는 식이다.

Z세대는 이와 같은 학습법에 대해 “어차피 해야 하는 공부, 재밌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 중인 직장인 양선아씨(27)는 “오랜 시간 공부를 하다 보면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다. 이런 소소한 즐거움들이 공부의 피로감을 덜어주고 지루하고 힘든 과정을 좀 더 흥미롭게 만들어 효율성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연세대·고려대 선배들이 친근하고 재미있게 입시와 학교생활에 관한 정보를 전한다는 취지로 개설된 유튜브 채널 연고티비(@yonkotv, 위)와 배우 고현정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atti.present)에 업로드한 ‘스터디 위드 미’ 갈무리.


보여주기식 공부가 진짜 도움이 될까?

‘주객전도된 공부’라는 부정적인 시선은 이들에게 더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고등학생 김선율양(17)은 ‘연고티비’ 애청자다. 이는 연세대·고려대 선배들이 중고등학생 구독자들에게 친근하고 재미있게 입시와 학교생활에 관한 정보를 전한다는 취지로 개설된 유튜브 채널이다. ‘내신 준비의 정석’ ‘모의고사 국어 1등급 올리는 비문학 공부법’ 등의 콘텐츠가 인기 순위에 올라 있다.

김양은 “간혹 어른들은 이렇게 정신 사납게 보면서 공부가 되느냐고 물어보는데 오히려 동기부여가 돼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며 “입시 정보 역시 이곳에서 얻는다. 내신 1등급을 받은 선배들은 어떻게 공부를 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저들 중 한 명이라면 어떨까 상상하면서 꾸준히 시청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공부 브이로그’로 제작 중인 대학생 박인선씨(20) 또한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딴짓을 하기 힘들어 집중력이 더 높아진다”면서 “동시에 구독자들과 소통하면서 ‘나 혼자와의 싸움’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외로움과 고립감을 벗어나곤 한다”고 전했다.

최근 떠오르는 ‘신상’ 공부법은 ‘인덱스 공부법’이다. 작은 카드 형태의 인덱스 노트에 정보를 간결하게 정리해 반복 학습하는 방식이다. 사진은 자신의 블로그에 ‘공시생 일기’를 연재 중인 윤혜(@durang0204)씨의 인덱스 노트.


‘MBTI 공부법’ ‘인덱스 공부법’ 그다음은?

재미와 능률을 챙긴 Z세대의 공부법은 끊임없이 진화 중이다. 최근 떠오르는 ‘신상’ 공부법은 ‘인덱스 공부법’이다. 작은 카드 형태의 인덱스 노트에 정보를 간결하게 정리해 반복 학습하는 방식이다. ‘이 공부법으로 전교 1등을 했다’라는 내용의 엑스(X) 글이 주목받으며 고등학생과 대학생, 수험생들의 트렌드가 됐다.

자신의 블로그에 ‘공시생 일기’를 연재 중인 윤혜씨(29)는 해당 공부법으로 영어 성적을 올렸다. 주요 개념이나 공식, 단어를 정리해 시각적인 효율을 높이고 휴대해 수시로 들여다보며 눈에 익혀 머릿속에 남게 한 것이 주효했다. 때에 따라 영어 통문장 암기 애플리케이션 ‘안키(Anki)’ ‘퀴즈렛(Quizlet)’ 등 디지털 플래시 카드를 활용하기도 한다. 그는 “누적과 반복 학습에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극찬했다.

유행으로 번진 공부법에 맞게 학습을 돕는 스마트폰 앱도 다양하게 출시되는 추세다. 공부 계획을 세울 수 있고 플래너 기능을 갖춘 ‘마이루틴’, 인증과 보상이라는 게임적 요소를 통해 서로의 목표달성을 돕는 ‘유캔두’, 수험생들의 경쟁심을 자극하는 공부 시간 측정 앱 ‘열품타(열정 품은 타이머)’ 등이 대표적이다.

이지은 교육 전문가는 “Z세대는 다양한 디지털 도구와 소셜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더욱더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학습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게임과 같이 흥미를 유발하는 학습 방식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이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학습에 대한 흥미를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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