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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정치 셰어런팅'이 활발해지고 있다. 자녀와 함께 집회 장소에서나 특정 진영을 상징하는 도구를 지닌채 찍은 사진·영상을 SNS에 올리는 식이다. 사진은 챗GPT를 통해 제작한 이미지. 일러스트 챗GPT
최근 30대 A씨는 9살 아들과 함께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의 ‘3·1절 국가비상기도회’ 참여 인증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부자(父子)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웃는 모습이었다. 국가비상기도회는 매주 토요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다. A씨는 “아이에게 자유 대한민국 수호의 가치를 깨우쳐주고 싶었다”며 “다른 자유 애국 시민들에게도 가족과 함께 집회에 참여하라고 독려하기 위한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광화문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인 ‘15차 범시민 대행진’에 참여한 B씨도 마찬가지였다. B씨와 남편은 ‘내란종식, 민주수호’가 적힌 피켓을, 8·5살 두 자녀는 집에서 챙겨온 별 모양 응원봉을 쥔 모습이 담긴 사진을 SNS에 게재했다. B씨는 “아이와 함께 민주주의를 위해 거리로 나왔다는 걸 기록하고 싶었다”며 “지금은 집회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아이가 성장한 뒤 사진을 보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미취학 손녀들이 춤추거나 노래 부르는 일상을 쇼츠로 공유하던 한 유튜브 채널은 탄핵 정국 이후 180도 바뀌었다. 영상 속 손녀들은 할아버지와 함께 반탄 집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거나, 집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해당 유튜버는 영상에서 “귀여운 손주마저 애국의 길로 돌아섰다”고 했다.

정치 셰어런팅은 어린 자녀의 정치적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정치 편향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FP=연합뉴스
윤 대통령 탄핵을 두고 진영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이른바 ‘정치 셰어런팅(Sharenting)’ 현상도 확산하고 있다. 자녀와 함께 집회 장소에서나 특정 진영을 상징하는 도구를 지닌 채 찍은 사진·영상을 SNS에 올리는 식이다 .셰어런팅은 ‘공유’(share)와 ‘양육’(parenting)의 합성어로, 부모가 자녀의 일상이 담긴 사진이나 영상을 SNS 등에 공유하는 행위를 뜻한다.

정치 셰어런팅은 다른 이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효과를 낸다. 정모(35)씨는 “지인이 자녀와 찬탄 집회에 참여한 사진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아들과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집회 주최 측도 어린이나 가족과 함께 참여하는 것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가족 단위 참여자에게 카메라를 비추거나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게 해준다. 가족 단위 사진 촬영을 돕기도 한다. 정치적 선전 효과도 크다. 세이브코리아 관계자는 “반탄이든 찬탄이든 주 참석자가 40~60대”라며 “다양한 세대가 참여했다고 보여주려면 50~60대 1만명이 오는 것보다 젊은 가족 1000쌍이 오는 게 훨씬 좋다”고 말했다.

지난 9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인도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집회에 참여하는 어린 아이들과 부모들. 이수민 기자
이런 정치 셰어런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집회 참여 자체는 긍정적인 교육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어린 자녀 대부분은 정치적 의사 결정을 하거나 SNS 게재에 동의·반대할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특정 정치 집단의 선전 도구로 사용되거나,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정치관을 형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SNS에서 (특정 정치색 때문에) 긍정적인 반응을 얻게 되면 편향적인 시각을 가진 채 자랄 가능성이 크다”며 “균형 잡힌 정치의식을 위해 부모가 노력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성장 과정에서 본인의 정치적 의사와 상관없이 특정 진영으로부터 비판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도 SNS에 있는 정치 셰어런팅 관련 게시물에는 “새싹부터 좌빨” “극우 아비에 그 아들” 같은 비난성 댓글이 수두룩하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셰어런팅은 자녀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아이들의 초상권을 위해 사진을 SNS에 올리지 말거나, 최소한 얼굴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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