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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침공 때 섬 방어하다 생포된 20대 청년
포로 교환 전 697일 비참한 수감생활 폭로
19일(현지 시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포로 교환을 마치고 체르느히우로 귀환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날 전쟁 포로 175명씩을 맞교환했다. 체르느히우=AP 뉴시스


프랑스 지역을 돌며 자신이 체험한 '지옥의 2년'을 증언하고 있는 이가 있다. 조국을 침공한 러시아군에 포로로 붙잡혀 감옥살이를 해야 했던 전직 우크라이나 군인 블라디슬라프 자도린(25)이다. 프랑스 디종 지역 일간지 르비앵뷔플리크와 인터뷰한 자도린은 "러시아는 중세에 머물러 있다"며 "100년 전과 똑같은 방법으로 죄수들을 학대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자도린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 침공에 맞서 흑해 뱀섬(우크라이나명 즈미니섬)을 방어하다가 생포됐다. 이후 수감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1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포로 교환 때 풀려났다. 697일 만의 석방이었다. 하지만 자도린은 "여전히 꿈에서 전쟁을 보고 감옥 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자도린은 감옥에서 교도관의 폭행과 고문으로 피부색이 "파란색에서 녹색으로, 녹색에서 빨간색으로" 변하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수의학 도구로 모든 부위에 전기 충격을 가한 적도 있다"면서 "이제 나는 불에 탄 사람의 살 냄새를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바늘로 손톱 밑을 찌르고 몽둥이로 구타하는 교도관의 고문 방식을 언급하면서 그는 "교도관들은 많은 수감자들을 성폭행하고 성기를 절단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병사 미하일로 디아노프가 러시아 포로로 붙잡히기 전(왼쪽 사진)과 최근 송환된 직후의 모습.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그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극한의 굶주림이었다. 자도린은 "우리는 종종 모래가 묻은 빵 한 조각만 먹었다. 그래서 화장지, 비누, 쥐를 먹는 법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구금 전 120㎏의 건장했던 체구였지만 석방 당시 몸무게는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자도린은 자신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포로들이 정신적 폭력에도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교도관은 "우크라이나는 이미 러시아에 점령돼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거짓 정보를 주입하려 했다. 포로들은 '러시아화'를 강요당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러시아 국가를 불러야 했습니다. 교도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저녁까지 불러야 했어요. 러시아 역사를 읽어야 했고, 하루 종일 러시아 라디오를 들었습니다."

자도린은 신체적·정신적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수감생활 중 두 번이나 자살 시도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출소 후에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행복도 슬픔도 아무것도 없었다"며 "부모님이 다가오셔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석방된 지 1년이 지났지만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두부 및 담낭 수술을 받았고 양쪽 엄지발가락을 절단해야 했다. 정신적 상처도 깊었다.

하지만 가만히 아파하고만 있지 않았다.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 앞에 섰다. "내 목표는 그곳(포로수용소)에 있는 친구들을 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기 있는 거예요.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일이 프랑스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는 이유도 있습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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