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병이 진열된 모습. AFP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맞대응해 오는 4월1일부터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려던 계획을 4월 중순까지 미루기로 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마로시 셰프초비치 무역·경제안보담당 집행위원은 20일(현지시각) 유럽의회 산하 무역위원회에 출석해 “유럽연합의 대응 조처 시기를 조정해 회원국과 협의를 이어 나가고,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추가 시간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집행위원회는 1·2단계로 나눠 시행하려던 보복관세 부과를 4월 중순 일괄 부과하기로 했다고 확인했다. 셰프초비치 위원은 “4월2일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내용을 지켜볼 것”이라며 다음달 중순까지 미국과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즉각 보복관세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2일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해 세프초비치 위원은 “이는 미국이 전 세계와의 무역 관계를 재정의하고, 재건하기 위한 기준선이 될 것”이라며 “그때 무역 파트너들은 협상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럽연합은 지난 12일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25% 관세를 발효한 뒤 1일과 13일 260억유로(약 41조원) 상당의 미국산 상품에 보복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1단계엔 미국산 버번위스키와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청바지 등 미국을 상징하는 제품에 최대 50%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었다. 2단계는 맥주와 가금류, 소고기, 대두 등이 주로 포함됐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지역 생산물을 겨냥한 것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장 와인과 샴페인 등 유럽산 주류에 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을 가했다.
관세 부과 일정을 늦추기로 하면서 유럽연합 내에서도 계획을 재조정할 시간이 생겼다. 당장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미국의 주류 관세 부과 계획에 충격 신호를 보내왔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무역 조치의 악순환을 경고했다. 지난 16일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도 집행위가 위스키를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한 것은 “실수”라며 유럽이 목표 대상을 잘못 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할 국가별 상호관세율에 관해 현재까지 알려진 바는 없지만 유럽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독일에서는 특히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셰프초비치 위원은 이날 구리와 목재, 조선업체와 관련해 미국의 추가 조처가 있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