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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학교가 아프다

랭크뉴스 2025.03.21 06:30 조회 수 : 0

성행경 여론독자부장

[서울경제]

근래 들어 마음이 아픈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전해 듣는다. 친구들과의 불화로 마음을 다쳐 한 달 이상 등교를 거부했다는 아이, 학업과 경쟁에 대한 부담 때문에 우울감을 호소하며 자퇴를 선택한 아이 등등. 남의 집 자식 이야기라며 안도하다가도 강 건너 불구경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입시와 고교 진학을 앞두고 수면 시간을 제외하고는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와 씨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위태로움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아동·청소년들의 마음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울증 진료를 받은 아동·청소년은 2018년 3만 190명에서 2023년 5만 3070명으로 76%가량 늘었다. 불안장애 진료를 받은 아이들도 같은 기간 93%나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불안과 우울증을 겪는 아이들 중 숫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연령대가 7~12세라는 것이다. 초등학생에 해당하는 나이다. 같은 기간 우울증 진료를 받은 초등학생은 2499명에서 5345명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아이들이 느끼는 우울·불안감의 근원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학업 스트레스와 친구들과의 불화로 수렴된다. 초등 의대 입시반이 생기고 영어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해 ‘4세 고시’까지 등장한 상황이니 스트레스와 우울·불안감을 느끼는 아이들이 근래 더 늘어났을 게다.

의학계에 따르면 소아우울증은 60%가 학업 스트레스 또는 가족·또래관계 등 환경적 요인이고 나머지 40%는 유전적 요인이라고 한다. 초중고교생 4명 중 1명은 학업 스트레스로 자해나 자살을 생각해 봤다는 설문조사도 있을 정도니 경쟁 교육이 우리나라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해치는 주된 요인임은 다들 알고 있다. 학교와 학원·스터디카페를 셔틀처럼 오가는 생활을 하다 보니 또래 친구들과 교류하고 스트레스를 함께 풀 시간이 부족하다. 되레 집단 따돌림과 같은 학교 폭력도 늘어나는 추세다 보니 교우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같은 디지털 환경에 너무 노출돼 있는 것도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해롭게 하는 요소다.

2021년 세이브더칠드런이 조사한 ‘국제 아동 삶의 질 조사’에서 우리나라 아동·청소년들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꼴찌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무엇이 문제인지 진단하고,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분위기였지만 언제인가부터는 이러한 현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백약이 무효라서 그런 걸까. 이런 제도 개선, 저런 정책 시행에도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악화하고 있는 데 대해 체념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입시 제도를 바꾸면 달라질 수 있을까. 위기 학생을 빨리 찾아내고 치유·회복을 지원하면 나아질 수 있을까.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입시 제도는 너무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여서 논외로 하더라도 아이들의 마음 건강을 보다 꼼꼼하게 챙기는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교육 당국에 당부하고 싶다. 교육부는 지난해 6월부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24시간 상담이 가능한 채널 ‘라임(LIME)’을 서비스 중이다. 전문가 상담 외에도 심리검사와 기분 관리 콘텐츠를 제공해 학생 스스로 마음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관리할 수 있다. 또 같은 해 8월 학교 위(Wee) 클래스의 전문상담교사 배치를 확대하고 심리·정서 고위기 학생의 치료·교육 위탁기관을 2배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심리·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 대한 전문적인 맞춤 지원을 통해 마음 건강을 챙기겠다는 것인데, 정책 효과가 학교 현장 곳곳에 스며들었는지는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학교에서 마음 관련 수업을 하도록 하고 전문 상담사를 대거 채용하며 마음을 다친 아이들이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봉사·여행 등의 경험을 쌓으며 진로를 탐색하도록 갭이어(Gap year)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교육 당국과 일선 학교 관리자들이 안이함을 떨치고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마음으로 즐겁게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더 늦기 전에 비상한 각오로 나서주기 바란다. 지금 우리 아이들의 마음 건강이 위태롭다. 그들이 다니는 학교가 아프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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