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서울경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일 ‘친(親)기업·성장 우선’을 내세우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20일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AFY)’를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 살아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도 잘 산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제 성장을 위한 삼성의 견인차 역할을 당부했다. 이에 이 회장은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에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SSAFY를) 끌고왔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주52시간 근무제 완화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이 대표는 경제단체 회장들과 잇따라 만나 기업들의 고충을 들었다. 중도·보수층으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반(反)대기업’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달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줄소송으로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을 수 있는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대표는 한때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52시간 예외 검토를 시사하더니 없던 일로 했다. 민주당 민생연석회의는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로 제한’ 등 지지층을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들을 의제로 내놓았다.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가 기업인들을 들러리로 세워 ‘경제 지도자’ 이미지를 챙기려는 쇼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을 겨냥해 “헌법 위배를 묵과하지 않겠다”며 “(최 대행) 탄핵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 야당이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 탄핵소추안마저 강행할 경우 국정 혼란 가속화와 국가 신인도 하락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전날 이 대표는 “최 대행은 직무유기 현행범으로 국민 누구나 체포할 수 있으니 몸조심하기 바란다”며 협박까지 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수권 역량을 보여주려면 말로만 ‘성장 우선’을 외치지 말고 입법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줄탄핵 강행 등 극한 정쟁을 접고 노란봉투법 등 기업 경영을 옥죄는 입법 시도부터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