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왜 한덕수 선고일 먼저 잡았나
사진=헌법재판소 제공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보다 한덕수(사진)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일을 먼저 잡은 이유는 아직 재판관 합의가 진행 중인 윤 대통령 사건보다 쟁점이 간단한 사건을 먼저 정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선고가 미칠 사회적 충격을 줄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상황에서 한 총리 선고일이 먼저 잡히자 헌재 안팎에선 재판관들이 윤 대통령 사건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20일 “윤 대통령 선고를 바로 하기 어려운 상태라 쟁점이 간단하고 합의가 이뤄진 사건부터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지지층은 그간 변론이 먼저 종결된 한 총리 사건을 윤 대통령보다 먼저 선고해야 한다고 헌재를 압박해 왔다. 한 총리 선고를 먼저 진행해 불공정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것이란 평가도 있다.
윤 대통령 선고 이후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한 총리 탄핵은 기각이 유력하다”며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한 총리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한 총리와 윤 대통령 사건이 ‘계엄 전 국무회의’ 쟁점 등을 공유하는 만큼 한 총리 사건 결과를 통해 윤 대통령 사건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헌재가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판단하지 않고 한 총리 소추를 기각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계엄에 공모·방조하지 않았다면 계엄 선포가 위헌·위법했는지 판단할 필요도 없다”며 “그래서 미리 선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한 총리가 계엄에 찬성한 적 없고, 오히려 적극 만류해 소추 사유는 이유 없다고 판단하면 되는 것”이라며 “계엄 쟁점을 상세하게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 문제와 관련해 한 총리 파면을 예상하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헌재가 지난달 27일 권한쟁의심판에서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미임명은 헌법 위배라고 판단한 만큼 한 총리의 재판관 미임명 행위가 파면 사유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헌재 헌법연구부장을 지낸 김승대 전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한 총리도 재판관 후보자 3명을 임명하지 않은 데서 촉발돼 탄핵소추된 것”이라며 “명백한 헌법 위반이 있기 때문에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