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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 및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 군 복무·출산 크레딧 확대 등 모수개혁을 담은 국민연금 개혁안에 합의한 20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성동훈 기자


여야가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안에 20일 합의하면서 내는 돈과 받는 돈의 숫자를 조정하는 모수개혁에 18년만에 성공했다. 그러나 자동조정장치 도입, 기초·퇴직·개인연금을 아우르는 구조개혁까지는 갈 길이 멀다. 올해 연말까지로 활동 시한이 정해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에서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포함한 구조개혁안을 논의하게 된다.

18년만의 연금 개혁, ‘더 내고 조금 더 받는’ 개혁

이번 개정안 통과로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연금개혁이 이뤄졌다. 제도 도입 후 세 번째 개혁이며, 보험료 인상은 1998년 이후 27년 만이다. 보험료율은 1998년 9%로 올라간 후 현재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합의안대로면 보험료율은 2026~2034년 사이에 매년 0.5%포인트씩 오른다. 올해 기준 41.5%인 소득대체율은 내년부터 43%가 된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도입 당시에는 70%였으나 두 차례의 개혁을 통해서 2028년에는 40%까지 낮아질 예정이었다.

이번 개혁안은 요약하면 ‘더 내고, 조금 더 받는 안’이다. 2026년 신규 가입하는 평균소득 수준(월 309만원) 가입자의 보험료는 월 12만4000원 가량 오른다. 직장가입자는 이중 절반을 회사가 낸다. 내년 신규 가입자가 40년의 가입기간을 유지하고 25년간 연금 수급을 한다고 가정하면, 총 보험료는 5000만원 가량 많아지고 받는 돈은 2000만원 가량 늘어난다. 총 보험료는 현행 1억3349만원에서 개혁 시에는 1억8762만원이 된다. 수급 첫해 연금액은 123만원7000원에서 132만9000원이 되고, 총 수급 연금액이 2억9319만원에서 3억1489만원으로 총 2170만원 늘어난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기는 기존 2055년에서 2064년으로 9년 가량 늦춰진다. 기금이 적자로 전환하는 시기는 2041년에서 2048년으로 늦춰진다.

개정안에는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해선 12개월 동안 보험료 50%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가가 국민연금의 안정적·지속적 지급을 보장하는 내용의 ‘지급 보장 명문화’도 국민연금법에 반영하기로 했다.

군·출산 크레딧, “더 확대해야” vs “미래세대 부담 키워”

이번 개정안에서는 군 복무 크레딧을 현행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렸다. 둘째부터 자녀 수에 따라 최대 50개월까지 가입 기간을 인정하는 출산 크레딧은 첫째와 둘째는 각각 12개월, 셋째부터는 18개월씩 인정하고 상한은 폐지했다. 크레딧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인정해주는 제도로, 출산·군·실업크레딧이 있다.

군 복무 크레딧은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안에서 전체 군복무 기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던 것보다 축소된 안으로 결정됐다이를 두고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군대 가 있는 기간 전체동안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을 못해서 연금 납부를 못하는 건데 왜 일부 기간만 인정을 해주느냐”며 “6개월에서 12개월로 애매하게 확대했다”고 비판했다. 또 “출산 크레딧은 지원 시점이 언제인지 명시가 안 됐는데, 지원 시점을 사후(연금 수급 시)가 아닌 사전(출산 시)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학주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래세대의 부담을 더 키우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내놨다. 김 교수는 “부유층일수록 다자녀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역진적인 소득 재분배 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청년층이 지금보다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금 특위에서 구조개혁 논의, ‘자동조정장치’ 쟁점

여야는 연말까지로 운영시한이 정해진 연금 특위에서 국민연금을 기초·퇴직·개인연금 등과 연계해 다층적 소득보장체계를 짜는 구조개혁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인구 구조와 경제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 연금액, 수급 연령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도 논의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정부안에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기에 따른 재정 전망 시나리오 세 가지를 제시하면서,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에 기금소진 시점이 최대 2077년까지 미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조정장치에 대해 국민의힘은 도입 찬성, 더불어민주당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4개국이 보편적으로 도입한 제도는 맞지만, 그 국가들은 이미 연금 수급 부담 구조가 낸 것만큼 받는 식으로 균형화돼 한국과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조정장치를 메인으로 해서 구조개혁을 논의하는 것을 어려울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반면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소득대체율 43%·보험료 13%’ 안에서는 누적적자 증가가 불가피하다”며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동조정장치 제도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오 공동대표는 “지금은 평균 수명이 짧던 과거에 비해 연금 수급기간이 길기 때문에, 국민연금 단일 제도만으로 노후 25년을 책임지는 것이 어렵다”며 “기초연금과 퇴직연금까지 함께 고려해 보장성을 설계하는 방안이 특위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빈곤 노인들의 노후 소득 보장에 집중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 수급 대상은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금액은 누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연금 특위에서 도출해야 한다”고 했다.

“더 늦어지기 전에 합의 긍정적”, “노후 소득 보장 기대 못 미쳐”

한편 이날 연금 개혁안 통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더 늦어지기 전에 여야가 합의를 이뤄냈다는 면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석 교수는“지연된 개혁이지만, 이렇게라도 합의돼 다행”이라며 “재정안정이나 소득보장 양쪽 측면에서 보더라도 원래 주장한 것보단 부족한 개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후에 개혁을 고려할 때 나아갈 방향의 디딤돌을 놓았다”고 평했다..

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을 중심으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개혁안이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대체율 43%를 적용하면 하면 평균 소득자가 40년 가입하고 받는 돈이 복지부 계산 기준으로 132만원인데, 연금연구원이 발표한 노후 최소 생활비가 136만원이고 보통 40년 가입을 못 하지 않느냐”며 “최소 45%선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306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비판 성명을 내고 “연금개혁 공론화 결과 중 보험료율 13%와 선언적 의미의 지급보장 의무 명시를 제외하면 다른 내용은 모두 깎고 줄였다”며 “국민의 노후를 빈곤으로 내몬 거대 양당의 연금개혁 졸속합의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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