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불확실성, 윤석열 쪽 문제제기 고려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걔혁 비상행동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십자각 앞에서 \'이번주를 넘길수 없다. 주권자의 명령이다\'라며 윤석열 즉각 파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전에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사건을 먼저 선고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국정이 불안정한 상황을 윤 대통령 선고 전에 해소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선고일은 한 총리 선고 이후인 다음주 후반이 유력해 보인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을 최우선으로 심리하겠다는 기조와 달리 한 총리 탄핵 사건의 결론을 먼저 내놓기로 했다. 전직 헌법재판관은 2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헌재가 한 총리 탄핵 사건을 기각해서 한 총리를 복귀시켜 국정을 책임지게 하면, 만약 윤 대통령을 파면하더라도 국정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먼저 선고 일정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사건보다 먼저 변론이 종결된 사건들의 결론을 앞서서 내놓는 게 공정하다는 윤 대통령 쪽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총리 탄핵 사건은 지난해 12월27일 접수돼 윤 대통령보다 6일 먼저인 지난달 19일에 변론을 마쳤다. 한 총리 사건까지 먼저 처리하면 윤 대통령 탄핵을 위해 헌재가 절차를 서둘렀다는 윤 대통령 쪽과 여권의 공격도 방어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을 접수한 지 96일째인 20일에도 헌재는 평의를 이어갔다. 세부 쟁점을 두고 재판관들 이견 조율에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 헌법연구관 출신 법조인은 “헌재는 하나의 소추 사유를 인용했다고 해서 나머지 사유를 판단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며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미세한 쟁점이라도 재판관들이 의견을 모으지 못하면 선고가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 사건 선고기일이 오는 24일로 잡히면서 윤 대통령 사건은 다음주 후반부로 밀리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 사건 결정문 작업은 세밀하고 방대한 조정이 필요한 작업이어서 한 총리 선고일 다음날인 25일 선고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26일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일인데다, 고3 모의고사 날이다. 헌재 인근 학교들이 윤 대통령 탄핵 선고일에 학생 안전을 위해 임시휴업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날도 선고는 어렵다. 27일은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열리는 헌재의 정기선고일이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처럼 중대하고 관심을 받는 사건을 정기선고일에 다른 사건들과 함께 선고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동안 헌재의 주요 사건은 주 후반부에 선고되는 경향이 있었다.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 선고가 모두 금요일에 있었고,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선고도 금요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고는 목요일이었다. 이 사건들 모두 정기선고일이 아닌 날로, 2~3일 전에 지정됐다. 경찰 등 주변 기관들과 경비 방안 등을 평일에 미리 논의하려면 주 후반부에 선고하는 것이 원활하다는 게 헌재 안팎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