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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15일,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사상 최대의 반정부 시위가 열렸습니다.

경찰 주산 10만 명, 민간 단체 추산 30만 명이 참가했을 정도로 규모가 대단했는데요.

세르비아 전체 인구가 670만 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국민들의 분노가 얼마나 큰 것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집회가 한창이던 그 순간, 귀가 찢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면서 시위대는 혼비백산해 흩어졌습니다.

이 모습은 SNS에 올라온 각종 영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집회 참가자들은 이 굉음이 "F1 경주차의 배기음 같았다", "저공 비행하는 비행기 소리처럼 들렸다",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기계 소리 같았다"고 잇따라 증언했습니다.

집회 참가자 가운데 상당수는 어지럼증과 심한 두통을 호소하기도 했는데요.

이 소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시위대를 향해 '음향 대포' 발사?

군사 분석가 알렉산다르 라디치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음향 대포'로 불리는 '장거리 음향 장치'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음향 대포는 최장 500m 거리에서 150㏈ 안팎의 강력한 음파를 쏘는 장치인데, 이 음파를 맞으면 고막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구토와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자 AP통신은 세르비아 당국이 2년 전 시위 진압용으로 '음향 대포'를 도입했다고 보도해 논란은 더욱 확산됐는데요.

세르비아 당국은 부랴부랴 '음향 대포'를 구입한 것은 맞지만 지난 15일 집회 현장에서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해명에 나섰습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야권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면서 유엔, 유럽평의회, 유럽안보협력기구 등 국제기구에 조사를 요청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세르비아 정국 혼란 부른 건축물 붕괴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게 된 경위는 이렇습니다.

지난해 11월, 세르비아 제2의 도시 노비사드의 기차역에 설치된 35m 길이 콘크리트 야외 지붕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습니다.

3년 간의 보수공사를 마친 뒤 지난해 7월 재개장했지만, 넉 달도 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인데요.

이 사고로 15명이 숨지고, 2명이 사지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을 정도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현지언론들은 이 무너진 건축물을 보수한 곳이 중국 국영기업 컨소시엄이라며 각종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이후 분노한 세르비아 국민들은 세르비아 정부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갖가지 실정이 건축물 붕괴로 이어졌다며 반정부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시위대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결국 '음파 대포' 사용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총리 사퇴에도 가라앉지 않는 분노

현지시간 19일, 세르비아 의회는 밀로스 부세비치 총리의 사임을 공식적으로 승인했고, 이에 따라 현 정부의 임기도 종료됐습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이 30일 이내에 새 총리를 지명하지 못하면 조기 총선이 실시돼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번에 사임한 부세비치 총리는 현 집권당 대표이자 부치치 대통령의 최측근인 인물이지만, 민심을 래기 위해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데요.

하지만 국민들의 분노가 수그러들 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국민들은 부세비치 총리의 사임은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르비아는 총리에게 권한이 있는 의원내각제 국가이지만, 실권은 여전히 부치치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총리직에 오르며 권좌를 거머쥔 부치치 대통령은 2017년과 2022년 대통령으로 연속 당선되면서 권위주의적 통치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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