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암살 배후 음모론’ 증거는 없고
냉전 때 미국 첩보 활동 담겨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과 관련된 문서가 2025년 3월 1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공개된 후 전시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케네디 파일’이 숨긴 것은 ‘스파이’였다. 존 에프(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암살된 뒤 수십년간 공개되지 않았던 일부 문서들이 마저 공개됐지만, 암살에 배후가 있다는 음모론을 입증할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대신 냉전 시기 미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을 담은 기록들이 발견됐다.

“미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정치관료의 47%는 외교적 위장을 받아 일하는 정보관, 즉 스파이입니다.” 백악관 고위보좌관이었던 아서 슐레진저 주니어는 1961년 1월20일 케네디 대통령 취임 날 보고했다. 또 “외교관으로 기재된 123명은 사실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이라고도 보고한 기록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9일 전했다. 이런 내용이 공개된 것은 최초다. 미국 정부가 케네디 대통령 시절 동맹국이었던 인도네시아와 이집트의 통신을 감청했다는 증거도 발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18일 ‘케네디 파일’ 미공개 잔여분이 공개된 뒤, 역사학자들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거나 과거 공개됐더라도 일부 검열 삭제된 부분을 대조하고 있지만 새롭게 드러나는 것은 주로 냉전 시기 미국 정보당국의 첩보 활동과 관련된 내용이다. 티모시 나프탈리 컬럼비아대 겸임교수는 “우리(미국 정보당국)는 이집트에서 온 메시지를 감청하고 있다” 등 기록을 확인했다며, 그동안 일부 케네디 파일이 미공개였던 까닭을 “암살 배후가 아닌, (정보를 입수한) 출처나 방법이 담겨 있었던 것” 때문으로 분석했다. 미국 정보기관의 구체적인 활동을 언급한 부분을 숨겼다는 이야기다.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한 다음날 미국 정부가 적대국이었던 쿠바의 군사 동향을 주시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예전 공개 문서에선 “지난주에 우리는 쿠바의 군사 메시지를 감청했다”는 기록을 삭제한 점도 확인됐다.

케네디 암살 사건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끊임없는 음모론을 제기해 왔지만, 결국 이번 공개에서도 기존의 공식 결론을 뒤집고 암살의 배후에 뭔가가 더 있다는 음모론을 입증할 증거는 없다는 결론이 날 것으로 연구자들은 보고 있다. 나프탈리 교수는 “케네디 정부 시절 (우방국인) 인도네시아와 이집트의 공식 통신을 감청하고 읽었다는 증거가 나온 것은 국제 문제를 연구하는 학생들에게는 큰 충격이지만, (암살이 단독범행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는) 케네디 암살(음모론) 애호가들에겐 별것 아닌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공화당 대선 주자일 때 경쟁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부친이 케네디 암살범과 친분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등 음모론을 적극적으로 부추겨 왔다. 관련 음모론은 다양한데, 케네디 암살이 살인범 리 하비 오스왈드의 단독범행이 아니라 또다른 배후가 더 있다는 주장, 러시아(당시 소련)나 쿠바가 배후에 있었다는 주장, 미국 중앙정보국이나 군산복합체가 케네디 정책에 반대해 제거했다는 주장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 음모론에 근거가 될 증거가 있었다면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때 이미 밝혔을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번 정보 공개를 밀어붙인 걸까. 첫째로 60년이나 세월이 흘러 더 이상 국가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관련 인물 대부분이 사망했고, 국제 동맹도 바뀌어 기밀을 유지할 필요성이 줄었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트럼프 지지층이 신봉하는 음모론을 강화하는 부수적 효과다. 워싱턴포스트는 “어떤 식으로 읽으면, 트럼프 지지자들을 움직이는 또다른 이론인 ‘딥스테이트’(그림자 정부)의 존재에 대한 생각을 강화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비꼬았다. 딥스테이트는 막후의 비선 실세가 실질적인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믿는 정치 음모론이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6843 "좌파 매불쇼를 모델로"…'尹탄핵 인용' 플랜B 짜는 아스팔트 우파 랭크뉴스 2025.03.21
46842 저축銀 M&A 허들 낮춰…구조조정 빨라지나 [S머니-플러스] 랭크뉴스 2025.03.21
46841 [단독] 김건희 "V가 영장 걱정" 김성훈 "압수 체포 다 막겠다" 랭크뉴스 2025.03.21
46840 IOC 첫 여성·아프리카 수장 코번트리 "다양성의 강력한 메시지" 랭크뉴스 2025.03.21
46839 한덕수 탄핵 선고 결정문 보면, 尹 탄핵 여부도 보인다 랭크뉴스 2025.03.21
46838 HLB 간암신약, 미 FDA 승인 재차 불발…"보완요구서 받아"(종합) 랭크뉴스 2025.03.21
46837 백악관, 연일 韓기업 현지투자 거론하며 트럼프 관세 성과 홍보 랭크뉴스 2025.03.21
46836 "혼자 사시는데…수돗물 왜 이렇게 많이 썼지?" 독거노인 생명 구한 검침원 랭크뉴스 2025.03.21
46835 “인간 행세하는 AI, 법 만들어 막아야” 랭크뉴스 2025.03.21
46834 현대차·포스코·엔솔, 관세장벽·불황 넘을 ‘해법’ 내놨다 랭크뉴스 2025.03.21
46833 안덕근 “최대한 美민감국가 리스트서 삭제되도록 노력할 것” 랭크뉴스 2025.03.21
46832 이재명, 이재용 만나 “기업 잘돼야 나라가 잘돼” 랭크뉴스 2025.03.21
46831 [Today’s PICK] 한화, 방산투자 실탄…역대 최대 3.6조 유증 랭크뉴스 2025.03.21
46830 "혹시 내 정보도?"…지난해 개인정보 유출사고 절반 이상이 '해킹'이었다 랭크뉴스 2025.03.21
46829 HLB 간암신약, 미 FDA 승인 재차 불발…"보완요구서 받아" 랭크뉴스 2025.03.21
46828 주러대사관, 러시아 내 한국 기업인에 정세 설명회 랭크뉴스 2025.03.21
46827 "우리 헤어져"…연인 이별 통보에 '1원씩 200여회' 송금한 20대男 결국 랭크뉴스 2025.03.21
46826 "유튜브 보다 성적 충동"…이웃집 여성 성폭행한 60대 랭크뉴스 2025.03.21
46825 이재명 또 재판 지연 꼼수?…법관기피 각하결정 한달 넘게 안받는다 랭크뉴스 2025.03.21
46824 '美 압박·中 비판' 속 파나마 "운하 매각 계약 더디게 진행 중" 랭크뉴스 2025.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