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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본사 스타트업 2024년 186곳으로 급증
AI 등 더 큰 시장서 인재·투자 유치 목적
“나간다고 성공 보장 못해… 경쟁 훨씬 치열”

“2023년 말부터 해외 본사 이전(플립·Flip)에 대한 수요가 본격적으로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체감이 될 정도로 특히 많았고요.”

지난 10년간 한국 스타트업의 플립을 지원해 온 법무법인 디엘지의 안희철 대표변호사는 “주로 기술력이 좋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 사이에서 이런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인공지능(AI)이 스타트업계 최대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미국 등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 성장하기 위해 초기 단계부터 플립을 염두에 두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플립은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던 법인을 해외로 이전, 해외 법인을 모회사화하고, 기존 한국 법인을 자회사 형태로 두는 지배구조 변경을 뜻한다.

연쇄 창업자를 중심으로 법인 설립 단계부터 모회사를 해외에 세우는 경우도 눈에 띄게 나타나는 추세다.

그래픽=손민균

18일 벤처투자정보업체 더브이씨 집계를 보면, 지난해 미국 등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타트업은 186곳으로 10년 전인 2014년 32곳과 비교해 6배 가까이 증가했다.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이 큰 곳으로 전진기지를 옮겨 이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더 큰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다. 일찌감치 플립으로 성공한 센드버드(AI 챗봇)나 스윗테크놀로지스(기업용 협업 도구), 미미박스·멜릭서(K-뷰티) 같은 선배 기업들의 뒤를 따르는 것이다.

AI 사스(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회사 A사가 최근 아무런 연고도 없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세 번째 창업에 뛰어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 자본시장과 접점을 만들려는 목적인 만큼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이 있거나 현지 투자 유치 노력 등이 병행되고 있어야 하는 게 안착의 전제 조건이다.

시장이 큰 곳인 만큼 인재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최근 미국으로 플립한 초기 AI 스타트업 B사는 “관련 인프라가 이미 갖춰진 곳인 데다 최근 빅테크 기업 출신의 개발자가 대거 시장에 풀리면서 서비스를 디자인할 수 있는 양질의 인력을 계약직 등의 형태로 한국보다 훨씬 더 유연하게 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국내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것도 스타트업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6조원에 육박했던 국내 벤처투자 시장 규모는 2024년 11조9457억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에 따라 스타트 지원기관에서도 미국 실리콘밸리에 사무소를 내고 우리 스타트업의 해외 정착을 돕는 분위기다. 국내 대표적인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아산나눔재단은 실리콘밸리에 첫 해외 거점인 ‘마루SF’를 올해 하반기 내 설립한다. 미국 진출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1~2개월간 단기 주거 공간을 지원하고, 다양한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들이 현지 시장을 탐색해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효과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취지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도 실리콘밸리 사무소 설립을 검토 중이다. 연초 중기부도 현지에 K-스타트업 실리콘밸리 타운’을 조성하고, 민·관 글로벌 창업·벤처 허브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플립이 미국 자본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갖춘다는 것이지, 나간다고 성공이 보장돼 있는 것은 아닌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미국 시장이 훨씬 큰 것은 사실이지만 전 세계 인재와 자본이 모이는 곳이어서 경쟁도 치열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책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무법인 미션의 김성훈 대표변호사는 “정부가 플립을 지원하거나 제재할 필요는 없으나, 투자사 대부분이 정부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만큼 어떤 기준으로 플립 결정에 동의할지, 사후 관리를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 정립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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