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재지정·확대 결정에 '책임론' 확대
"집값 상승 뼈 아파"... '시장 안정' 예측 실패
조기 대선 출마 위한 성급한 결정 비판
"집값 상승 뼈 아파"... '시장 안정' 예측 실패
조기 대선 출마 위한 성급한 결정 비판
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박상우(가운데)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브리핑을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조기대선 욕심에 서울 집값만 벌집처럼 들쑤셔 놨다."
정부와 서울시가 19일 강남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를 해제한 지 한 달 여만에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 전체로 확대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해제 주체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조기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섣불리 토지거래허가제를 풀었다가 급등하는 집값에 후퇴하면서 정책 신뢰도만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관련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에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예상외로 이렇게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나 정말 뼈아프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앞서,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발표하며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자신하던 것과는 상반된 태도다.
그동안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이후 강남권 부동산 시장 급등은 호가 상승에만 영향을 줄 뿐, 실거래에 미칠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입장이었다. 오히려 단기간에 집값이 다소 오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안정화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과열 조짐을 보이자 입장 변화가 감지됐다. 강남권 아파트값이 고공행진하고 해제 여파가 서울 전역으로 퍼질 것이라는 전망에 이른바 '오쏘공(오세훈이 쏘아올린 공)'이라는 말까지 나오며 책임론이 커졌다. 정부와 서울시도 "과거 시장 상황과 비교할 때 최근 집값의 상승 속도나 상승폭, 확산 속도가 이례적이며 단기간에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며 예측 실패를 인정했다.
일각에서는 조기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오 시장이 핵심 지지기반인 '강남표심'을 견인하려다 시장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결정 당시 "국토교통부와만 논의했다. 국회에서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답변하실 때 '적극적인 반대는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런 정도의 논의가 사전에 있었다"고 말했다. 금리와 통화량, 정치적 상황 등 집값을 자극하는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정책 결정 과정이 정교하지 못했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다만, 오 시장은 대선 행보를 위한 '무리수'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번 결정은 자신의 정책적 신념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제는 자유거래를 침해하는 반시장적 규제"라며 "불가피할 경우에만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하고, 이번 조치도 이런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