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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근 할머니(오른쪽)가 19일 충남대에서 열린 발전기금 전달식에서 김정겸 총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남대 제공


어린 시절 가정 형편 때문에 학교 문턱도 넘지 못한 80대 여성이 고향에 있는 대학에 수십억원 규모 부동산을 기증했다. 그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충남대는 부산에 사는 윤근씨(88)가 평생에 걸쳐 일군 4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19일 학교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윤씨가 기부한 부동산은 부산 영도구에 있는 6층짜리 숙박업소 건물이다.

윤씨의 젊은 시절 삶은 순탄치 않았다. 충남 청양군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넉넉지 못한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도 가지 못했다. 부모마저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어린 나이에 ‘남의집살이’를 해야 했다. 열일곱에 시집을 갔지만 결혼 생활도 평탄하지 못했다.

19세 때 서울로 상경해 공장 일과 행상을 했지만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5일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며 삶이 안정되는 듯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다시 서울에서 행상과 과일 노점 등을 하다 서른 중반의 나이에 정착한 곳이 부산이었다.

단돈 500원을 들고 내려간 부산에서 숙박업소 허드렛일 등을 하며 모은 돈으로 10년 만에 영도구 남항 근처 2층짜리 ‘동남여관’을 인수한 것이 윤씨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숙박업이 번창하면서 1995년 동남여관 자리에 6층짜리 새 건물을 지었는데, 바로 이 건물이 이번에 기부한 부동산이다.

그는 “고단한 삶에 쫓겨 아무런 기반도 없는 부산에 정착했지만, 평생 고향을 그리워했다”며 “여관 손님들 사이에서 충청도 사투리라도 들리면 반가운 마음에 밥 한 숟가락이라도 더 떠주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고 회상했다.

충남대에는 1990년 ‘김밥 할머니’로 알려진 고 이복순씨가 김밥을 팔고 여관을 운영하며 이룬 50억원 상당의 부동산 등을 기부해 화제가 됐었다. 이후 35년 만에 개인으로는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을 윤씨로부터 기부받게 됐다. 그의 기부 결심에는 이씨의 사례도 영향을 줬다.

윤씨는 이날 충남대를 찾아 “예전부터 ‘김밥 할머니’ 뉴스를 보고 반드시 성공해서 고향 국립대인 충남대에 기부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며 “35년 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일을 이룰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평생 먹고살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하며 마련한 동남여관에는 나의 인생이 모두 담겨 있다”면서 “나는 초등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하고 평생을 기구하게 살며 재산을 모았지만, 그 재산으로 형편이 어려운 충남대 학생들이 공부에만 집중해 세상을 이끄는 훌륭한 사람이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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