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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집값 상승세 없어" 오판
국토부 "우리 권한 아냐" 팔짱
"오세훈 대선 행보에…" 뒷말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19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재지정을 두고 서울시의 오판, 정부의 방관이 부른 '정책 참사'란 지적이 나온다. 지정 권한이 있는 서울시는 규제를 풀어도 급격한 집값 상승이 없을 것이라 단언하며 섣부르게 정책을 추진했고, 부동산 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시장 과열을 방치했다는 이유에서다.

고개 숙인 오 시장 "변동성 커졌다는 지적 수용"



시장에선 연초부터 토허제를 완화하면 강남권 집값이 들썩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강남 아파트 매수 수요가 오랜 기간 억눌려 온 데다 대출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시점이라 토허제 해제가 시장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토허제가 해제되면 전세를 놓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가능해지는 만큼 호가와 실거래가, 거래량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서울 부동산 경기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시사한 1월부터 들썩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변동률은 지난해 12월 -0.29%에서 올해 1월 0.17%로 반등했다. 강남·강동·서초·송파구가 있는 동남권 변동률은 0.39%를 기록했다. 집값이 안 떨어질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그러나 서울시는 부동산 거래가 하향 안정화했다고 판단, 지난달 12일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대규모로 해제했다. 아파트 평균 거래액과 거래량이 지난해 9월부터 5개월간 횡보했다지만 부동산 규제 완화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을 감안하면 섣부른 판단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권 집값이 좁게는 수도권, 넓게는 전국 부동산 경기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만큼, 규제 완화 시기나 범위를 보다 신중하게 정해야 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오판은 그 뒤에도 이어졌다. 해제 후 한 달 내내 실거래가 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서울시는 반대 논거 찾기에 급급했다. 서울시는 토허제 재지정 3일 전인 16일 "거래가는 전반적인 상승추세이나 변동폭 분석결과 최근에 오히려 낮은 편"이라며 급격한 집값 상승이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잠실·삼성·대치·청담동 2월 거래량이 87건으로 지난해 월평균 거래량 128건보다 적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19일까지 서울 전체 거래량은 신고한 계약 기준 1월 3,370건에서 2월 5,506건으로 치솟았다. 오 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심려를 끼쳐드려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언제까지 거래 억누를 건지 의문"



정부도 비판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국토부는 토허제 완화 전 서울시에 '부동산 경기가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는 입장이다. 지방자치단체에 토허제 적용 권한이 있어 ‘완화하지 말라’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강남권 갭투자 부활을 보고만 있었던 셈인데 업계에서는 오 시장의 '대선 행보'에 몸을 사렸다는 뒷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 스스로 정책의 일관성을 해친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민간에서 미리 예견한 부작용이 실제로 나타났다고 규제를 기존보다 더 강하게 내놓으니 시장만 혼란에 빠진다는 것이다. 지난달 강남권 291단지의 토허제를 풀었는데, 이번 조치로 한 달 만에 2,200개 단지가 토허제 규제 대상이 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은 일관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단기에 번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과연 언제까지 거래를 억누를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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