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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에만 주가 30% 추락
삼성전자 주주총회서 질책 쏟아져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작년 이맘때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곧 납품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경쟁사 주식을 매도하고 삼성전자를 매수했습니다. 그때부터 경쟁사는 계속 오르고 삼성전자는 쭉 빠졌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주가가 나쁜지, 주가를 올릴 대책은 뭔지 좀 설명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소액주주만 500만명이 넘는 삼성전자의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을 향한 날 선 질책이 쏟아졌다. 지난해 한 해 동안에만 삼성전자 주가가 30% 추락하며 최근까지도 몇개월째 이른바 ‘5만전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반도체 기술 경쟁력 약화를 향한 불만이 쇄도하자, 경영진은 올해 안에 주도권을 되찾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와 사실상 같은 풍경이 반복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19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6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전영현 반도체(DS)부문장(부회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이사 10명의 보수 한도액을 360억원으로 정하는 등 11개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국민연금공단이 반대한 전 부회장 이사 선임(86.2%) 등 3가지 안건은 모두 찬성률이 90%를 밑돌았다. 삼성전자는 주총 직후 이사회를 열고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주주들의 참석 열기는 올해 더욱 뜨거웠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주주는 모두 900여명으로 지난해(600여명)보다 50%가량 많았다. 삼성전자의 ‘나홀로’ 주가 하락세에 뿔난 주주들이 현장을 찾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삼성전자 보통주의 연간 총주주수익률(TSR)은 -30.4%로 경쟁사 에스케이(SK)하이닉스(24.5%)를 큰 폭으로 밑돌았다. 주요 경영진도 잇따라 사과했다.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주가가 주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고, 전 부회장도 “주가 부진으로 심려 끼쳐 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주총에서는 주가 부진의 원인을 향한 다양한 질의와 비판이 빗발쳤다. 특히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를 받는 반도체 부문의 비중이 컸다. 뒤처진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력과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선 대응책,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의 수익성 개선 전략,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 등을 묻는 구체적인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한 주주는 “엔비디아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요구사항을 현시점에 얼마나 맞추셨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고 했고, 다른 주주는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엑시노스’를 같은 삼성전자 내에서도 쓰지 않는다. 시스템 반도체 사업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굉장히 걱정된다”고 했다.

반도체를 넘어 회사 전반을 향한 우려도 적잖았다. 한 주주가 저조한 인수합병(M&A) 실적을 지적하자 한 부회장은 “경영진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올해는 보다 유의미한 인수합병을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다른 사업과 관련해서도 “최근 삼성전자의 텔레비전(TV) 점유율이 떨어지는 것 같아 걱정된다”거나 “갤럭시 스마트폰 인공지능(AI) 기능의 차별화 포인트를 알려달라”는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19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6기 정기주주총회 현장. 삼성전자 제공

경영진은 기술 경쟁력이 약화한 점을 인정하고 발 빠른 회복을 약속했다. 전 부회장은 “빠르면 2분기, 늦으면 하반기부터는 저희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12단 제품이 시장에서 분명히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도 잘 준비해) 다시는 주주들께 실망을 안겨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기술 경쟁력의 부진을 일부 국내 규제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전 부회장은 반도체특별법안을 언급하며 “현재 주 52시간 규제로 인해서 개발 일정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했다.

1년 전과 비슷한 질의응답이 되풀이된 셈이다. 지난해 주총에서도 고대역폭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경쟁력 부진과 ‘박스권’에 갇힌 주가가 도마 위에 오르자, 경계현 당시 반도체부문장이 “반도체 1위를 되찾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주총 현장에서도 달라진 게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한 주주는 “고대역폭메모리 등 뒤처진 분야를 따라잡기 위해서 노력한 건 잘 안다. 중요한 건 아직도 테크 리더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작년 3월20일 주가가 7만6900원이었는데 지금 5만8600원 정도”라며 “결국 또 1년이 지난 거다. 제발 테크 리더십을 갖춰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주총을 지켜본 주주들의 소감은 엇갈렸다. 박수빈(32)씨는 “작년에도 왔는데 그땐 두루뭉술한 답변이 더 많았다”며 “올해 개선됐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1990년대 말부터 삼성전자에 투자했다는 김아무개(74)씨는 “이재용 회장이 미등기임원이지 않으냐. 지배구조만 제대로 해도 주가가 10만원은 넘을 텐데 그 문제는 언급하지 않아서 아쉬웠다”고 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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