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과용두통 환자는 두통약 복용을 중단해야 두통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
두통약을 과다 복용해 만성적인 ‘약물과용두통’을 겪는 환자는 투약을 중단해야 증상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제대 일산백병원 신경과 박홍균 교수 연구팀은 약물과용두통 환자들이 두통약을 즉각 중단하고 적절한 예방 치료를 받으면 3개월 만에 두통의 빈도와 강도가 현저히 감소했다는 연구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진은 2020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국내 7개 신경과 전문 클리닉에서 약물과용두통 환자 309명을 대상으로 치료 경과를 분석했다.
약물과용두통이란 두통 환자가 한달에 15일 이상 두통을 경험하고, 두통 치료를 위해 급성기 치료제를 과용한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 등 일반 진통제는 월 15일 이상, 트립탄 등 편두통 특이 약물은 월 10일 이상 복용 시 약물 과용 상태로 간주된다. 약물과용두통은 세계보건기구(WHO)도 중요한 공중보건 문제로 지목한 질환으로, 특히 만성 두통 환자들 사이에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연구 결과, 과용하던 급성기 치료제를 줄인 환자군에선 월평균 두통 일수가 치료 전 24일에서 치료 후 12일로 감소했다. 완전히 중단한 환자군 역시 치료 전 30일에 달하던 두통 일수가 15일로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반면 두통약을 계속 과용하면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30일이었던 치료 전 두통 일수가 치료 후 23일로 줄어드는 데 그쳤다.
연구진은 약물과용두통 환자 치료를 위해 기존에 과사용하던 두통약 복용을 중단시키고 동시에 예방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권고했다. 두통약을 끊는 것이 우선이지만 환자의 상태에 따라 중단이 어렵다면 적절한 예방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예방치료 방법으로는 보톡스 주사와 편두통 예방 주사(항CGRP 단일클론항체), 먹는 예방약 등을 사용하는데, 예방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두통 일수와 강도가 더 빠르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박홍균 교수는 “약물과용두통 환자는 두통약을 지나치게 자주 복용할수록 두통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특징으로, 아프니까 약을 먹는 것이지만 자주 복용할수록 오히려 더 잦은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며 “만성 두통을 겪는다면 먼저 두통약 복용 빈도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고, 무조건 약을 먹기보다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