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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님들께 조속한 판결을 머리 숙여 간청드립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12일, 대법원에 제출한 서면에 끼워서 낸 편지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있는 상태입니다.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656억 원을 분할하라고 판단해 사실상 최 회장의 승소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2심은 재산 분할 액수를 1심보다 20배 많은 1조 3,808억 원으로 판단했습니다. 재산 분할 액수로는 가장 많은 액수여서, 항소심에선 노 관장이 이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초,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헌법이나 중대한 판례 위반이 없으면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기각해 2심 판결을 확정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이 본격적으로 심리에 들어가 사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겁니다.

■소설 인용에 편지까지…길어질수록 치열해지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더해 SK그룹의 지배구조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소송이라 최종심인 대법원에서 양측 다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 회장 측은 대법원에 상고할 때 제출한 상고이유서에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구절까지 인용하며, 최 회장이 이혼에 나선 계기까지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연관 기사] [단독] “불화에 쇼윈도 부부 생활” vs “대체불가능한 지원 있어” (2024. 10. 28. 'KBS 뉴스 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92250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법정이 따로 열리지 않기 때문에, 소송 당사자들은 서면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힙니다.

최 회장과 노 관장도 대법원이 본격 심리를 시작한 지난해 연말 이후에 계속해서 상고보충이유서와 이에 대한 답변서 등을 꾸준히 내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노 관장 측은 참고서면을 냈습니다.

총 7쪽에 달하는 참고서면은 한 시민단체가 노 관장과 가족들을 상대로 검찰과 국세청 등에 고발한 내용에 대한 노 관장 측 주장이 담겨있습니다.

노 관장 측은 해당 시민단체의 배경에 소송 상대방인 최 회장의 SK그룹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노 관장의 편지는 참고서면 뒷부분에 별도로 실려 있습니다.

■"선친의 은혜를 입는 자로서…" 노태우 전 대통령 강조

노 관장의 편지는 500자 길이로 참고서면과 다른 글씨체로 첨부되어 있습니다.

편지에서 노 관장은 이후 최 회장과의 이혼 과정에서 느낀 소회를 적었습니다. 특히, 2심 선고 이후 벌어지는 각종 고발 등에 대한 정신적 고통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선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도 상당 부분 차지했습니다.


노 관장은 "남편의 불륜으로 제 삶과 가정이 산산조각이 난 것만 해도 추스르기 힘들었다"면서 "상처받은 아이들 셋을 혼자 보듬어 가기란 힘들었다는 말로는 표현되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이혼 소송을 하고 보니 더 이상 가정사, 즉 남편과 저의 문제가 아니었다"면서 "거대 재벌과 한 개인의 싸움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2심 이후 조직적이며 전방위적으로 저와 제 친정을 무차별적으로 거짓 선동 및 고발하는 행태는 도를 넘는 거 같다"고 썼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최 회장과의 관계도 강조했습니다.

노 관장은 "돌아가신 부친과 관련한 막무가내식 고발과 선동은 인간으로서, 더구나 선친의 사랑과 은혜를 입는 자로서 결코 용서받지 못할 일을 원고(최태원 회장)가 벌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족이 추징금을 완납한 사실과 광주로 찾아가 사죄한 사실도 거론하며 "원고가 가진 돈과 권력으로 돌아가신 분까지 끌어내 부관참시하듯 명예 짓밟고, 자식들이 셋이나 있음에도 저와 제 친정에 대한 거짓 참소를 그치지 않는 원고를 보면서 절망감이 들 뿐이다"고 덧붙였습니다.

■최 회장 측, 반박 서면 낼 듯

최 회장 측도 이에 대한 반박 서면을 낼 것으로 보입니다.

최 회장 측은 시민단체와 관련한 노 관장 주장에 대해, 최 회장과 SK그룹 측에 확인 작업을 거쳐 반박하는 내용의 서면을 낼 계획이라고 취재진에게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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