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4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두고 존 로버츠 미국 대법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존 로버츠 미국 연방 대법원장이 18일(현지시간) 사법부와 정면충돌을 불사하고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원 판단을 무시한 데 이어 “좌파 미치광이” “판사 탄핵” 등을 운운하며 사법부를 공격하자 경고성 메시지를 낸 것이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200여년 동안, 탄핵은 사법 결정의 이견을 표현하는 적절한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됐다”며 “그 목적을 위해 항소심 절차가 있다”고 밝혔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성명에서 특정인을 거론하지 않았으나,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판사 탄핵 언급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 임명된 연방 대법관으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중단하라는 법원 명령을 무시하고 조치를 강행한 데 이어, 해당 결정을 내린 판사를 “급진적 좌파 미치광이 판사”라며 낙인을 찍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트루스소셜에 “슬프게도 ‘버락 후세인 오바마’가 임명한 이 급진적인 좌파 미치광이 판사는 문제 인물이자 선동가로, 대통령으로 당선되지 않았다”며 “나는 유권자들이 바라는 일을 하고 있다. 이 판사는 나를 출두하게 했던 다른 많은 비뚤어진 판사들처럼 탄핵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에서 승리했으니 삼권분립 체계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한 제임스 보스버그 워싱턴DC 연방 판사는 지난 15일 트럼프 행정부가 300명에 가까운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이 ‘갱단 소속’이라며 추방에 나서자, 시급하게 진행할 일이 아니라며 절차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정부는 추방을 강행했고 위법 집행 논란이 이어졌다. 보스버그 판사는 정부가 법원 명령을 어겼는지 따지기 위해 심리를 이어가는 중이다. 보스버그 판사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워싱턴고등법원 판사로 발탁한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원 결정에 저항·도전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미국 헌정 체제에 위기가 초래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마린 레비 듀크대 법학교수는 AP통신에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정부의 한 부(사법부)가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하도록 다른 부(행정부)가 위협하는 시도”라면서 “사법부 독립성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