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EU, 그린엔캡으로 신차 대상 평가를 효율이 아니라 LCA 기준으로 산정
국내에서도 자동차 업종에 전과정 기반 평가 도입 유력
자동차 업종에서 점차 공급망 LCA 관리 중요해지는 추세
공급망에 LCA 기반 데이터 관리 돕는 탄소중립연구원
국가 차원 LCA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업그레이드도 필요
탄소중립연구원 백홍길 연구위원(왼쪽), 이민 대표(오른쪽). 사진=구현화 기자


탄소중립연구원은 2021년 5월 서울대 기계공학과 송환우 교수팀에서 자동차와 자동차 전과정평가(LCA)를 연구하던 사람들이 이민 대표를 중심으로 모여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초기에는 유엔과 환경부·산업부 등 정부 기관과 협력해 정책을 만드는 데 기여하다 2023년부터 자동차 공급망의 수요에 대응해 기업 대상 LCA 탄소발자국 대응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제품의 LCA를 간편하게 산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IT 솔루션을 구독 형태로 판매한다. 최근에는 자동차를 넘어 정유와 석유화학, 화장품, 소비재로 LCA 대응 업종을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도입이 유력한 전과정 기반 신차 규제인 그린엔캡 대응 문의도 늘고 있다.

최근 탄소중립연구원은 현대자동차에서 탈탄소리서치랩을 이끌었던 백홍길 연구위원(전무)를 영입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백 연구위원은 배터리전기차(BEV)나 수소연료전기차(FCEV)로의 변화 속 미래먹거리로 탈탄소엔진 연구를 수행하면서 실제 LCA 기반의 규제를 대응하는 업무를 맡기도 했다.

백 연구위원은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이들에 납품하는 여러 공급망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관리가 중요하다"라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차량의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기준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므로 LCA 기반 온실가스 산정 및 감축 대응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백 연구위원과 함께 이민 대표를 만나 탄소중립연구원의 비전을 들어봤다.

탄소중립연구원에 새로 합류한 이유는 무엇인가.


백홍길 연구위원=
현대차에서 32년간 현업과 임원으로서 R&D연구를 해왔고, 2023년부터 미래 먹거리로 탈탄소엔진 리서치랩을 운영하면서 LCA 기반 평가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유럽에서 LCA 기반으로 규제들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EU에서 하는 그린 엔캡(New Car Assessment Programe, NCAP)이라고 하는 신차 대상 규제는 기존 연비 기준 평가에서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하는 평가로 전환한 규제다. 즉 기술뿐 아니라 공급망까지 보는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는 보통 탄소가 적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공급망이나 에너지까지 고려하는 전체 라이프사이클 기준에서는 내연기관보다 큰 탄소 감축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탄소중립연구원은 국내에서 250억 규모 한국형 그린엔캡 관련 정부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런 정책의 변화와 관련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느꼈다."

그린엔캡이 도입되면 어떤 부분이 달라지나.


백홍길 연구위원=
현재는 신차의 경우 효율을 보는데, 신차를 볼 때 친환경차라도 전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GHG)를 고려해 점수를 낸다. 현재 차량에 붙어 있는 빨간색에서 녹색을 가리키는 효율 스티커가 익숙할 것인데, 그것이 LCA 기준으로 바뀐다고 보면 된다. 국토부 계획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국내에서도 그린앤캡 정책 시범 적용은 2027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2050 넷제로를 이루기 위해서는 LCA 대응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맞다고 본다.

LCA의 평가 항목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


백홍길 연구위원=
LCA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원료 채취 → 생산 → 유통 → 사용 →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영향(탄소 배출, 에너지 사용량, 자원 고갈, 수질·대기오염 등)을 계량적으로 평가하는 기법이다. 기본적으로 환경 영향 평가이기 때문에 탄소발자국, 물 발자국, 산성비, 토양 오염 등 16가지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주로 제품 탄소발자국(PCF)을 사용한다.

EU의 경우 LCA와 보조금이 연결되기도 하나.


이민 대표=
국내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의 용량 등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주는데, 프랑스의 경우 전기차 보조금을 줄 때 LCA 기반으로 어디에서 만들었는지를 다 감안하여 보조금을 차등지급한다. 이런 경우 중국에서 만든 부품을 많이 사용하면 LCA 상 배출량이 많게 계산되거나 하는 보이지 않는 관세 장벽이 되기도 하는 부분이 있다.

독일의 경우 자동차 공급망의 온실가스 데이터 플랫폼인 카테나-X를 만들기도 했다.


이민 대표=
맞다. 독일 자동차 기업인 벤츠와 BMW, 보쉬가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송한우 교수님 연구실에서는 유엔 경제위원회의 인포멀 워킹 그룹(IWG)에서 LCA 표준화 작업 초안(드래프트)을 만드는 데 참여하고 있다. 올해 이 드래프트가 나오면 국가별 LCA 규제에 차용을 할 수 있다. 카테나-X의 경우 유럽은 5년에서 10년 전부터 준비를 해 왔다.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풀 서플라이 체인 LCA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모든 공급망에 LCA를 도입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민 대표=
독일이 풀 서플라이 체인 LCA를 주창하는 경우가 모든 공급망 업체들이 PCF 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망들이 이 데이터를 납품사에 제공하면 자동차 한 대에 관한 굉장히 높은 정확도의 PCF 값이 나오는데 궁극적으로는 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의 경우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으로만 내려가도 PCF를 직접 산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현재로서는 PCF를 1차 협력사 데이터 위주로 하고 가능한 한 2차 협력사 데이터까지 요구하는 형태로 진행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핵심 고객사는 어떤 곳이 있나.


백홍길 연구위원=
핵심 고객사는 현재 현대자동차 공급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대차에서 공급망에 LCA 기반 대응을 주문하고 있는데, 협력사들이 이를 매우 어려워하고 있다. 탄소중립연구원은 협력사에게 컨설팅, 교육, 솔루션을 제공한다. 장기적으로 LCA와 관련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고객에게는 시스템 도입을 권장한다.

현대차는 LCA와 관련해 공급망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나.


백홍길 연구위원=
현대차에서는 1차 협력사가 약 300여개 정도 되는데, 올해는 1차 협력사까지 LCA에 대한 산정을 돕고 있다. 2026년인 내년까지는 교육 등을 통해 n차 업체까지 PCF를 산정할 수 있는 대응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현장에 가 보면 1차 업체들도 2차 업체에게 데이터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다. 또 2차나 3차 업체들은 전담 인력과 데이터 수집에 대한 문제점이 있다. 아직까지는 이것들을 비용으로 보다 보니 전담인력이 없고, 데이터 수집에도 어려운 점이 있다.

탄소중립연구원은 LCA관리를 기술적으로 어떻게 돕고 있나.


이민 대표=
탄소중립연구원은 데이터 수집의 어려움, 인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링크(LynC)라는 판정 시스템을 통해 LCA 산정을 돕고 있다. 현대차뿐 아니라 벤츠나 BMW 등의 요구사항 대응도 되기 때문에 한 번 구축하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설계도 기반 데이터베이스인 IMDT(International Material Data System)가 있는데, 이 IMDT를 기반으로 하여 PCF를 산정하기 위한 데이터 가공과 관리 및 완성차업계에서 요구하는 결과값 출력까지 돕는다. 쉽게 말해 IMDS에서 명칭하는 번호나 고유 코드들 기반으로 배출량 관리를 해준다. PCF를 산정하기 위해 원부자재 투입량, 에너지 투입량, 제품생산량, 폐기물생산량 등 크게 4가지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 데이터를 누가 관리했는지를 지속적으로 트래킹할 수 있게 만들어 전담인력 부족과 데이터 수집 어려움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친환경차라도 LCA 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준다면.


백홍길 연구위원=
예를 들어 전기차를 가솔린이나 디젤 기반 차와 차량 단위의 배출구(tail pipe) 기반 데이터를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나지만, 전기차가 사용하는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CO2나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을 채굴하는 데 나오는 CO2까지 합산을 하게 되면 그 격차가 생각보다 더 적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데이터에 따르면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 대비 LCA를 비교하면 약 17% 낮은 수준이다. 전기차도 LCA 기준으로 산정을 하면 생각보다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이와 함께 재활용 소재, 바이오 기반 소재는 LCA관점에서만 효과가 나타난다.이 때문에 친환경차일수록 LCA 기반 관리를 더 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국가 차원의 LCA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겠다.


이민 대표=
이미 환경부에서 관리하는 국가 LCA 데이터베이스가 있다. 그런데 데이터베이스가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어서 환경부가 몇백억 규모 과제로 향후 몇 년 안에 개수와 정합성을 높이는 과제도 진행되는 부분이 있다. 또 하나 LCA 평가에서 어려운 점을 언급한다면 스위스나 미국에서 관리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 체계와 자동차업계에서 사용하는 ERP 등 자사 데이터베이스의 위계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연결하는 것이 중요한데, 탄소중립연구원은 딥러닝 기반으로 기업들이 관리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만 입력을 해도 LCA 데이터베이스가 자동으로 추출될 수 있게끔 연구하고 있다.

탄소중립연구원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이민 대표=
흔히 드는 것이 의료시장의 비유다. 의료시장은 MRI 같은 것으로 스크리닝하고 진단하고 치료하는 로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비슷하게 차량의 전과정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스크리닝 영역이고, 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고하고 검인증받는 것이 진단의 영역이다. 탄소중립연구원은 스크리닝과 진단을 돕고 있고, 이를 통해 기업이 궁극적으로 탄소배출량의 감축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소 공급망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부가 어떻게 도울 수 있나.


이민 대표=
온실가스 감축이 비용이기 때문에 투자 대비 비용의 투자수익률(ROI)이 나와야 하는데, ROI를 계산할 수 없게 하는 것이 현재의 정책 상황이라 이를 개선해 주는 정책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 또 LCA DB에도 조금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한다면 스크리닝의 정확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뒷단에도 파생되면서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측정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구현화 기자 [email protected]

한경비즈니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6026 푸틴 시간끌기 성공…'무늬만 휴전' 관측에 속타는 우크라 new 랭크뉴스 2025.03.19
46025 SK하이닉스, 업계 최초로 ‘HBM4’ 샘플 공급…6세대 경쟁 본격화 new 랭크뉴스 2025.03.19
46024 궁중 음식에 명품 집기… 일등석 고급화 힘주는 대한항공 new 랭크뉴스 2025.03.19
46023 “폭설 예고됐는데 왜 수업을…” 고립된 강원대 캠퍼스 밤새 뜬눈으로 [지금뉴스] new 랭크뉴스 2025.03.19
46022 ‘삼성의 실수’…치솟은 환율에 AI 노트북 가격 ‘뚝’…“역대급 판매고 전망” new 랭크뉴스 2025.03.19
46021 안철수 "李 목긁힌 뒤 누워"…野전용기 "安, 인간이길 포기했나" new 랭크뉴스 2025.03.19
46020 “시진핑, 파나마 항만 매각에 분노”…홍콩 재벌 리카싱 사면초가 new 랭크뉴스 2025.03.19
46019 [속보]‘선거법 위반 혐의’ 정동영 의원, 1심서 벌금 70만원 new 랭크뉴스 2025.03.19
46018 ‘김건희 상설특검’ 국회 소위 통과…국힘 의원들 표결 불참 new 랭크뉴스 2025.03.19
46017 "문형배 잔인하게 죽이고 나도 죽겠다" 협박글 쓴 유튜버 입건 new 랭크뉴스 2025.03.19
46016 [속보] 전국 40개 의대, “집단 휴학계 모두 반려키로” new 랭크뉴스 2025.03.19
46015 오세훈, 34일 만에 ‘토허제’ 해제 번복…“심려 끼쳐 송구” new 랭크뉴스 2025.03.19
46014 성소수자 축복해 ‘출교’ 된 남재영 목사에···법원 ‘출교 효력 정지’ new 랭크뉴스 2025.03.19
46013 유승민, 오세훈 ‘토허제’ 재지정에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황당” new 랭크뉴스 2025.03.19
46012 유시민 작가가 말하는 尹과 朴의 가장 큰 차이는… [엠빅뉴스] new 랭크뉴스 2025.03.19
46011 박찬대 "참을 만큼 참았다… 尹 파면 선고 이렇게 시간 끌 일인가" new 랭크뉴스 2025.03.19
46010 [일문일답] 오세훈 서울시장 “토허제 해제 후 집값 급등…뼈아픈 실책” new 랭크뉴스 2025.03.19
46009 이재명 "최상목, 몸조심하라…직무유기 현행범 체포 가능" new 랭크뉴스 2025.03.19
46008 한달만에 토허제 백기…"정말 뼈아프다" 고개숙인 오세훈 new 랭크뉴스 2025.03.19
46007 교육부 "의대생 미복귀시 편입학 허용은 대학 자율사항" new 랭크뉴스 2025.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