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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비 부담에 이중가격제 도입 늘어
정부 “이중가격제, 외식 물가 올릴 가능성”
통계청 배달비지수로는 배달 음식 물가 파악 어려워

통계청이 실험적으로 작성 중인 외식배달비 통계가 유명무실해졌다. 배달앱 간 경쟁 심화로 배달비가 큰 폭으로 내린 반면, 식당에서 책정한 배달음식 가격은 오르면서 배달비가 전체 배달음식 가격과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비 통계를 정식 통계로 편입할 지 검토하고 있는 통계청의 고민도 깊어진 상황이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통계청은 2022년 11월부터 배달가격에서 매장가격을 차감한 ‘외식배달비’를 실험적 통계로 작성하고 있다.

통계청은 2022년 11월 배달비를 기준(100)으로 삼고, 매 분기마다 3개월 치의 배달비지수를 공개한다. 외식배달비지수는 2023년에는 매월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다가, 2024년부터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지난해 5월과 7월, 8월의 배달비 지수는 60선으로, 2022년 11월의 3분의 2 수준이었다.

외식 배달비가 줄어든 건 지난해부터 시작된 배달앱들의 경쟁 때문이다. 배달앱들은 코로나19 종식 후 이용자가 줄어들자, 무료배달 프로모션을 통해 이용자 수를 늘리고 있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3월 쿠팡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지난해 4월 배달 무료 혜택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바꿨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배달앱들이 배달비 0원 프로모션을 시작하면서, 배달비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라고 해석했다.

배달비 줄었지만, 이중가격제에 소비자 부담은 커져
배달비 부담은 줄었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배달음식 체감물가는 내리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배달앱이 무료배달에 대한 부담을 외식업주에게 전가시키면서, 점주들이 배달비를 음식값에 반영한 결과다. 외식업주들은 배달음식 가격을 매장 내 가격보다 높게 책정해 배달비를 음식값에 포함시키는 ‘이중가격제’를 활용해 비용 증가를 메우고 있다.


지난해 롯데리아, 맥도날드, KFC, 파파이스, 버거킹, 프랭크버거, 피자스쿨, 호식이두마리치킨 등은 배달음식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더 높게 책정하는 이중가격제를 도입했다. 올해도 본죽, 본죽&비빔밥, 배스킨라빈스, 일부 맘스터치 매장이 이중가격제를 적용한 상황이다.

프랜차이즈협회는 “배달 매출의 25~30%를 배달앱에 주는 상황이다 보니 외식업체는 남는 게 없을 정도로 초토화됐다”며 “협회 차원에서 프랜차이즈 업체에 이중가격제를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도 배달앱 수수료 부담에 이중가격제를 택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외식업 점주 502명 중 47.6%는 “배달앱 수수료 부담이 커져 메뉴 가격을 인상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고, 34.8%는 배달앱 메뉴 가격을 오프라인 매장보다 높게 설정한 이중 가격을 도입했다고 답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도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줄이려고, 이중가격을 도입했다”, “최저주문 가격을 올렸다” 등의 후기가 지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최근 배달 플랫폼이 상생안으로 ‘매출에 따른 차등 수수료안’을 내놨지만, 이중가격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달플랫폼은 이달부터 ‘중개수수료를 9.8%에서 2~7.8%로 낮추고 배달비를 높이는 상생안’을 시행중이다. 그러나 업주들은 “하루 매출이 10만원 아래여도 매출 상위 35% 식당에 해당돼 최고수수료율(7.8%)을 낸다”, “수수료가 낮아졌다지만, 배달비가 올라 오히려 타격이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매출 상위 35% 식당일 경우 최소 주문 금액이 2만5000원을 넘어야 상생안을 적용할 때 부담이 줄어든다.

“이중가격제, 외식물가에 영향”… 통계청 배달비지수에는 소비자 체감 반영 안 돼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배달비가 하락해도 외식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전년 동월비)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1%대에 머물렀지만, 외식물가상승률은 2% 후반대를 기록했다. 반면 배달비지수는 지난해 9월 87.2에서 지난해 12월 81.7로 오히려 낮아졌다.

올해 1월과 2월 외식물가상승률도 각각 2.9%, 3.0%를 기록하며, 1월(2.2%)과 2월(2.0%)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웃돌았다. 올해 1~2월 배달비 지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배달앱들의 무료 배달 서비스가 지속되고 있어 낮은 수준을 유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가격제 영향은 일부 품목의 물가 상승률로도 확인된다. 한솥도시락이 지난해 10월 이중가격제를 도입하자, 이달 도시락 물가는 전년 대비 8% 올랐고, 11월에도 11.1% 상승했다. 도입 직전 달인 9월에는 2.5%에 머물던 도시락 물가 상승률이 급등한 셈이다.

외식배달비를 집계하고 있는 통계청의 고민은 깊어졌다. 통계청의 외식배달비 지수가 배달 음식 물가를 거의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의 배달비지수만으로는 현재 배달음식 물가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통계청이 현실을 반영한 통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통계청은 2025년 기준 소비자물가를 개편할 때 외식배달비를 신규 품목으로 선정할 지 검토하면서, 이같은 내용을 함께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를 신규로 선정할 경우 배달비만 조사할지, 배달 음식값까지 조사할지 추가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며 “점주들이 최소주문금액을 올리고 있어 이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식배달비가 가계소비 지출에서 얼마를 차지하고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외식배달비가 통계로 편입될 경우 2026년 12월부터 통계가 공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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