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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이달 17일(현지시간) 장중 연 2.638%까지 오르면서 한국 30년물 국채 금리(고점 연 2.606%)를 추월했다. 역전 현상은 거래일 기준 일주일간 이어졌다. /뉴스1
한국과 일본의 30년물 국채 금리가 최근 역전됐다. 시장에선 일본 경제가 30년간 빠져있던 저성장 ‘늪’에서 탈출하고, 한국은 저성장 초입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18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일본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7일(현지시간) 장중 연 2.638%까지 오르면서 한국 30년물 국채 금리(고점 연 2.606%)를 추월했다. 한국과 일본의 초장기 국채 금리는 고가 기준으로 7거래일째 역전했다. 지난 10일 일본 30년물 국채 금리가 2008년 6월 이후 16년여 만에 장중 연 2.6% 선을 뚫으면서다.

반면 한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연초부터 국내 보험사가 안전자산인 장기채로 몰리면서 하락세(채권값은 상승)다. 연 3.57% 선을 넘어섰던 지난해 4월 말과 비교하면 1년 새 1%포인트 가까이 채권 금리가 떨어졌다.

김영옥 기자
한국 초장기 국채 금리가 장중 한 번이라도 일본에 역전당한 것은 2016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양국의 엇갈린 통화정책 영향이 가장 크다. 홀로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해온 일본은행(BOJ)이 지난해 3월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책 잔고 금리)를 17년 만에 인상하면서 국채 금리는 꾸준히 오름세다.

BOJ는 지난 1월에도 정책금리를 0.5%로 0.25%포인트 더 올렸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일본은 임금 상승과 식품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예상보다 이른 5월에 추가 금리 인상을 논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는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선 금리를 동결할 확률이 높다.

이와 달리 한국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 인하로 경로를 틀었다. 특히 계엄사태 이후 정치적 혼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으로 저성장 경고등이 켜지자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적극 돈을 풀고 있다.

한국과 일본 30년물 국채 금리 방향을 바꾼 결정타는 ‘경제 성적표’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 물가와 국채 금리가 들썩이는 것도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던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 성장 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해서다. 일본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 2.2% 상승했다. 속보치(연 2.8%)에서 내려가긴 했지만 시장 예상치(1.1%)를 훌쩍 넘어섰다.

한국은 저성장 고착화에 직면했다. 한은은 올해(1.5%)와 내년(1.8%) 한국 경제 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으로 꼽는 수출은 둔화하고, 저출산 고령화에 경제 체력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한 행사에서 “합계 출산율 0.75명이 지속하면 2050년대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경고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장기 침체에 벗어난 일본과 달리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이 (버블이 꺼진) 90년대 일본과 다른 점은 GDP에서 수출 비중이 40%로 높다는 것”이라며 “반도체 등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면 적어도 장기 침체로 이어지진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대적으로 한국 국채 금리 하락 폭이 더 커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채권 시장에선 한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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