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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 소액주주 권리 강화
건설업계 1위 삼성물산 주가는 10년째 PBR 1아래
소송 등 주주 권리 강화 목소리 커질 가능성도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주요 상장 건설사들의 주주 권리 보호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주가가 과도하게 낮은 상태에 머물거나 배당을 하지 않는 등 주주 이익에 반하게 행동하면 소송 등 법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10년 이상 주가가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상태에 머물러 있는 삼성물산으로 관심이 쏠린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삼성전자, 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그룹 순환 지배구조의 정점에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2015년 9월 제일모직과 합병 이후 10년 동안 주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선 “최대주주가 싼값에 지주회사를 통해 자회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주가를 누르고 있다”는 의혹이 계속돼왔다. 이른바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강하게 반영돼 소액 주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도 10년 전 주가보다 40% 넘게 주가가 하락한 상태에서 거래 중이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에 머문 상태여서 청산가치보다 못한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주가에 대한 불만이 쌓였던 소액주주들이 많아 업계에선 이번 상법 개정으로 삼성물산이 소송 위험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본사 로비. 2017.10.1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18일 건설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상장 건설사 중 주주 권리 보호를 강화한 상법 개정안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곳은 삼성물산이다. 제일모직과 합병해 패션 부문과 건설 부문으로 나눠 사업하고 있는 삼성물산은 합병 후 10년 동안 주가가 낮은 상태에서 머물고 있어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확산한 상태기 때문이다.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대표는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적극적으로 해소되지 못한 상태고 주력 사업인 패션과 건설 부문도 부진한 상황이 낮은 주가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PBR은 0.74로 1배 미만이다. PBR은 주가를 장부 가치로 나눈 것으로, PBR 1배 미만이면 회사가 보유 자산을 전부 매각하고 사업을 접을 때보다도 현재 주가가 싸다는 것을 뜻한다. 삼성물산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조9833억원을 기록해 최근 2년 동안 17.9%(4548억원) 늘었다. 그러나 주가는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물러 이익 증가의 혜택을 다수의 주주가 받지 못하고 있다. 김기주 KPI투자자문 대표는 “지주사 할인이 적용돼서 장기간 저평가됐고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의 지분을 활용할 수도 없어 투자의 매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법조계에선 일부 주주들이 청산가치 밑으로 내려간 채 머무는 주가를 이유로 소송 등 법적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상법 401조에 규정된 손해배상 책임과 관련된 내용이다. 401조는 회사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게을리하면 제3자에 대해 연대해 손해 배상 책임이 있다는 ‘제삼자에 대한 책임’을 정해놓았다.

지금까지 법원은 이 부분을 해석할 때 제3자에 주주를 제외하는 예외 조항을 적용했다. 이사들이 주주에게까지 손해배상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명시한 상법이 개정됐기 때문에 법원이 이사들이 주주의 이익을 침해했을 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해석할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김수희 법무법인 안심 변호사는 “상법 개정안이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주주에 대한 이사의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했기 때문에 주가 관리나 배당 등의 방식으로 주주의 이익을 보장하지 않으면 소송 등으로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주주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미 행동주의 펀드나 인터넷 플랫폼 등을 통해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쉽게 모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는데 상법 개정으로 이런 움직임은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연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 “결국 법원이 개정안을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봐야 한다”면서 “개정안으로 (소액)주주들이 더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설 법적 근거가 생긴 것은 맞지만 아직 어떤 식으로 개정된 법을 법원이 해석할지 예단하기는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장덕조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진이 잘못해서 주가가 낮아졌다고 해도 이번 상법 개정안을 근거로 (손해배상) 책임을 청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 “회사 경영에 너무 무리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 학자들 사이에서 상당히 논쟁이 있는 상태”라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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