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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끝에 별세한 송재익 캐스터가 2000년 11월 21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FC와 전남 드래곤즈와의 K리그2 최종전에서 오프닝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고인의 마지막 중계였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했던 송재익 전 캐스터가 18일 별세했다. 향년 83세. 5년 전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캐스터로 마지막 중계를 마친 뒤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던 그는 암 투병 끝에 가족의 품에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1970년 MBC에서 복싱으로 스포츠 중계를 시작해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SBS로 이적하며 억대 연봉을 받은 전설적인 인물이다. 한국 축구가 32년만에 본선을 밟았던 1986 멕시코월드컵부터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 6회 연속 마이크를 잡은 것은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기록이다. ‘단짝’이었던 해설자 신문선씨(명지대 교수)와 함께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는 시청률을 57%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고인은 스포츠 중계의 수준을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중계석의 시인’이라고 불린 입담이 매력적이었다. 한준희 쿠팡플레이 해설위원은 “척박했던 시절 스포츠 중계의 대중화와 예능화에 크게 기여했던 분”이라며 “불후의 명언 제조기”라고 고인을 기억했다.

1997년 ‘도쿄대첩’ 당시 이민성(전 대전 하나시티즌 감독)이 역전골을 넣는 순간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고 묘사한 것은 여전히 팬들의 입에서 회자된다. 고인은 마지막 중계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나 “도쿄대첩에선 일본이 무너지는 순간을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일본에서 건드릴 대상은 일왕 아니면 후지산이었다. 그래도 일왕을 건드릴 수는 없으니 후지산을 언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인이 스스로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힌 것은 한·일월드컵 4강 신화가 달성된 순간이었다. 당시 한국은 광주에서 열린 스페인과 8강전에서 연장 혈투를 넘어 승부차기에서 홍명보(현 축구대표팀 감독)의 킥만 남겨놓고 있었다. “국민 여러분, 두 손을 치켜들고 맞잡으십시오. 종교가 있으신 분은 신에게 빕시다. 없으신 분들은 조상에게 빕시다. 무등산 산신령님도 도와주십시오.” 직접 당시 멘트를 눈앞에서 재연했던 고인은 스포츠 현장에 대한 사랑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라 했다. 마지막 중계였던 2020년 11월 21일 K리그2 서울 이랜드FC와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에서도 은퇴를 언급하는 대신 “지금까지 캐스터 송재익이었다”이라고 말하며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유족은 딸 송소담·아들 송걸씨 등이 있다. 빈소는 이대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발인은 21일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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