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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에너지부 청사. 사진 에너지부 홈페이지 캡처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연구소 직원이 수출통제 대상인 원자로 설계 정보를 소지하고 한국으로 향하려다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에너지부 감사관실(OIG)이 지난해 미국 의회에 제출한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부 산하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의 한 도급업체 직원이 에너지부 규정 ‘10 C.F.R. 810’에 따른 수출 통제 정보를 소지한 채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적발돼 해고 조치됐다. 감사관실은 2023년 10월 1일부터 2024년 3월 31일까지의 업무 성과를 보고하며 해당 사건을 가장 먼저 제시했다.

감사관실은 해당 직원이 소지한 수출 통제 대상 정보는 INL이 보유한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였다고 밝혔다. 미국 원자력법에 기반해 에너지부가 관리하는 10 C.F.R. 810 규정은 미국의 원자력 기술과 관련된 특정 민감 정보의 외국 이전을 통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감사관실이 지난해 미 의회에 제출한 반기 보고서. 에너지부 산하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 도급업체 직원이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소지한 채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적발돼 해고 조치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사진 미국 에너지부 감사관실 보고서 캡처
감사관실은 해당 직원이 소지한 정보가 수출 통제 대상 정보라고 판단하고 직원의 정부 이메일 계정과 채팅 등 외국 정부와의 소통 내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보고서 제출 당시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수사국이 공동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미국 에너지부가 지난 1월 초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이유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17일 “외교 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소명했다. 미국 정부는 외교부에 한국 연구원들이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 등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보안 규정을 어긴 사례가 적발돼 민감국가 명단에 포함시켰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드러난 INL 도급업체 직원의 보안 규정 위반 사건이 민감국가 지정과 관련 있는지 여부가 주목된다. 다만 이번 사건 외에도 보안 규정 위반 사례가 더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 정부도 이번 사건을 몇 가지 보안 규정 위반 사건 중 하나로 파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한 소식통은 “미국 측이 구체적으로 어떤 보안 규정이 문제가 됐는지를 설명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며 “INL 도급업체 직원 사건만 갖고 민감국가 지정 결정을 내렸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4월 15일 민감국가 명단이 공식 발효하기 전에 지정 해제를 위해 미국 정부와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주 미국을 방문하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 등 에너지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 문제도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다룰 전망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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