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천여명 임원 세미나 진행
이재용 직접 출현은 없었지만
영상으로 메시지 간접 전달돼
“생존 문제···통렬히 반성해야”
올해도 어려워···경영진단 착수
이재용 직접 출현은 없었지만
영상으로 메시지 간접 전달돼
“생존 문제···통렬히 반성해야”
올해도 어려워···경영진단 착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연합뉴스
[서울경제]
삼성이 반도체 등 주요 사업에서 위기를 겪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2000여명의 임직원을 상대로 “삼성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 중요한 것은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그룹 계열사 2000여명의 임원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를 진행했다.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이라는 이름의 세미나로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과 고 이건희 선대회장 등의 경영 철학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에서 이 회장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았다. 다만 참석자들은 해당 메시지가 그룹 전체의 위기 진단과 극복에 대한 담론에 관한 것인 만큼 교육 내용에는 이 회장의 메시지와 의중이 담겼다고 보고 있다.
영상에는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나왔다. 또한 "중요한 것은 위기라는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강조됐다.
기술의 중요성을 말하는 내용도 수차례 강조됐다. 이 회장은 그간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 경쟁력을 강조해 왔다.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진행한 세미나도 삼성의 위기 등을 주제로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는 "실력을 키우기보다 '남들보다만 잘하면 된다'는 안이함에 빠진 게 아니냐" "상대적인 등수에 집착하다 보니 질적 향상을 못 이루고 있는 것 아니냐" 등의 지적도 잇따랐다. 참석자들은 내부 리더십 교육 등에 이어 세부 주제에 관해 토론하며 위기 대처와 리더십 강화 방안 등을 모색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크리스털 패가 주어졌다.
삼성 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위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범용(레거시) 메모리의 부진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납품 지연 등으로 지난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올해 전망도 밝지는 않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2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21곳의 실적 컨센서스(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5조 116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미래 준비를 위한 연구개발비와 시설투자비는 지난해 각각 35조 원과 53조 6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그룹 전반의 복합 위기 타개를 위해 지난해 말 삼성글로벌리서치 산하에 신설한 경영진단실은 올해 1월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 사업부에 대한 경영진단에 착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