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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우리금융 경영평가 3등급 하향
내부통제·리스크 관리 낙제점 받아
동양·ABL생명 인수 계획 차질 불가피
금융위, '조건부 승인' 고심... 5월께 결론
우리금융지주 사옥. 우리금융 제공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2등급(양호)에서 3등급(보통)으로 하향 조정하기로 결론을 냈다. 금감원 정기검사에서 대규모 부실·부당대출이 적발되는 등 내부통제 실패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보험사 인수에도 빨간불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번 주 중 이런 내용의 평가 결과를 우리금융과 금융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이 3등급 이하로 내려간 것은 2004년 이후 21년 만이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시스템과 리스크관리 부문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영실태평가에선 내부통제(15%)와 리스크관리 부문(10%)이 25%를 차지한다. 특히 내부통제 부문 등급이 4등급(취약) 이하를 받을 경우 나머지 부문에서 2등급 이상을 받더라도 최종 종합 등급은 3등급을 넘을 수 없게 돼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이 드러나자 정기 검사를 벌여 총 2,334억 원 규모의 부당 대출이 있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이 1월 15일 금융위원회에 동양·ABL생명의 자회사 편입 신청서를 제출한 것을 감안해 경영실태평가 절차를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했다. 원칙적으로 금융사가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기 위해선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2등급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금융이 3등급을 받더라도 보험사 인수가 무산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 제10조 4항에는 '등급 또는 기준 등이 미달하는 경우에도 자본금 증액, 부실자산 정리 등을 통해 요건이 충족되면 금융위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경영 상태가 건전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2004년 LG투자증권을 인수할 때도 3등급을 받았는데, 당시 금융위는 자회사 편입을 승인해 준 바 있다.

이런 까닭에 금융권에선 금융위가 이번에도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를 '조건부 승인'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 비중이 90% 이상인 우리금융은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이번 인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금융은 올 8월 27일까지 인수 승인을 받지 못하면 계약금의 10%(1,550억 원)를 날릴 수 있다.

금융위는 법과 절차에 따라 승인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5월쯤 정례 회의를 거쳐 승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금감원에서 내부통제 문제에 방점을 찍은 평가 결과를 보내온 만큼 조건부 승인을 내주는 것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게다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금융위원장 출신이란 점도 신경쓸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그동안 우리금융 부당대출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해오면서 '경영평가에 답을 정해놓았다'는 말이 많았다"며 "이런 평가 등급을 받은 금융위도 어떤 결정을 내리든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어 고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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