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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한 일자리 수치, 노년층·공공서비스로 인한 착시효과
청년, 중장년층 일자리 창출하는 정부 역할 시급해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일자리 불안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 수는 두 달 연속 10만 명대로 증가했다. 이런 통계 수치만 보면 어렵다더니 오히려 일자리가 증가했네 하면서 의아해할 수 있다. 그러나 주로 60대 이상 일자리가 늘어났고, 직종으로는 주로 공공보건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가 많이 증가한 덕택이다. 최근 고용동향으로 볼 때 노년층 고용과 이들이 많이 종사하는 공공서비스업 분야에서 주로 고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고용에 주요 기여를 했던 제조업 일자리는 연속으로 줄고 있고, 20~29세 청년과 40~50대 중장년 일자리가 특히 부족해지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 중 ‘쉬었다’는 청년이 41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1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인구가 줄고 있음에도 쉬고 있다는 청년이 늘고 있는 현상은 청년 고용 문제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해 고용현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에 비해 15만9000명 증가했는데, 65세 이상에서는 28만1000명이 증가했으나 20~29세 청년은 12만4000명 감소했고 40대에서도 8만 명 줄었다.

기업의 구인과 구직 현황을 보면 기업 구인 인원은 줄고 구직자는 증가하며 일자리 얻기가 ‘하늘에 별 따기’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지난 2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기업들의 신규 구인 인원은 17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3% 감소했다. 반면 구직자는 43만1000명으로 2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일자리 미스매칭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업종별로는 지난 2년간 제조, 건설, 유통, 부동산 등에서 취업자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 운수업, 공공보건서비스업, 정보통신 및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등의 일자리는 증가하고 있다. 음식숙박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증가하던 취업자 수가 지난해부터 다시 둔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는 계속 부족하다. 일자리 구조를 보더라도 건강한 고용 구조가 아닌 불안정하고, 줄어드는 민간 일자리를 공공일자리로 보충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청년과 중장년층의 일자리 부족은 매우 심각하게 봐야 할 문제다. 사회의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과 가계 유지에 가장 돈이 많이 드는 중장년층이 일자리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은 고용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라 하겠다.

길어지는 경기침체로 기업이나 소상공인 모두 어려워져 공장 문을 닫거나 가게를 폐업하는 수가 증가하고 있다. 사업을 그만둔 이후에 재취업이나 재창업도 어려워서 일정 기간 실업 상태에서 일자리를 알아보거나 단기 일자리로 생계를 꾸려가는 국민도 많아지고 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경기회복은 더욱 요원해지는 것이다. 이제 고령화되며 부족해지고 있는 인구,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가 총력을 다해서 해결해야 한다. 앞으로 정부는 ‘일자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고용 문제 해소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일자리 관련 거버넌스도 고용을 중심으로 개편하고 고용 증대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정부의 각오가 필요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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