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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사교육비, 들여다보니
초3부터 일반교과가 예체능 역전
고교학점제·의대증원 등 변화마다
대상 학년 사교육 참여율·비용 폭증

사교육비가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주춤했다가 2021년부터 4년째 최고치 행진 중이다. 지난해 학생 수는 8만명 줄었지만 사교육비 총액은 29조2000억원으로 2조1000억원 늘었다. 사교육 참여율, 1인당 사교육비 등 모든 지표가 ‘역대 최악’을 가리켰다. 사교육비는 교육 격차를 확대하고 출산율을 끌어내리며 학부모의 노후 준비 여력을 갉아먹는 ‘망국병’으로 불린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사교육 통계’를 뜯어보면 초등 저학년부터 고3까지 모든 학년에서 공교육이 사교육에 ‘완패’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6일 교육 전문가 등에 따르면 초등학교 사교육은 저학년과 고학년의 결이 다르다. 저학년은 학습보다 돌봄 공백에 따른 ‘학원 뺑뺑이’가 요인이다. 초등 1학년은 지난해 국어·영어·수학 등 일반교과 사교육으로 7912억원을 썼다. 태권도 등 예체능 취미 교양 사교육비 8041억원보다 적다(그래픽 참조). 2학년까지는 일반교과 사교육과 예체능 사교육이 엇비슷하다.

교과가 늘면서 본격적인 ‘학습’이 시작되는 3학년부터 상황이 변한다. 일반교과 1조4091억원, 예체능 9745억원으로 차이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후 격차가 커져 중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5, 6학년에서는 일반교과 사교육이 예체능보다 3배가량 많아진다. 특히 수학과 영어 사교육이 급증한다. 수학의 경우 1학년 2053억원, 6학년 6629억원으로 3.2배 늘어난다. 영어는 1학년 3642억원에서 영어 정규수업이 시작되는 3학년 때 6905억원으로 껑충 뛴 이후 꾸준하게 증가해 6학년 시기 7739억원으로 정점을 찍는다.


초등 사교육에 대한 정부 대책은 이미 나와 있다. 저학년 사교육은 지난해 도입한 ‘늘봄학교’가 있다. 정부는 학교에서 돌봄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양질의 교과·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사교육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고 본다. 3, 4학년 시기 본격화하는 일반교과 사교육은 올해 도입되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해법으로 내세운다. 학교 교실에서도 학원 강의실처럼 학생 수준별 맞춤형 1대 1 학습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AI 교과서는 현재 걸음마 단계여서 정책 효과가 언제 나타날지 미지수이고, ‘AI 교과서 대비반’처럼 신종 사교육 시장을 키울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진짜 문제는 입시에 엮여 있는 중·고교 사교육이다. 초등 사교육과 달리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입시는 누군가 붙으면 누군가는 떨어지는 ‘제로섬 게임’이다. 제도를 바꾸더라도 경쟁 압력은 그대로여서 ‘풍선효과’가 나타난다. 예컨대 수능에서 영어 비중을 줄이면 국어와 수학에서 사교육 수요가 커지는 식이다. 경쟁 압력은 대학 서열구조와 노동 시장 등과 연계된 문제여서 교육의 영역에선 해소하기 어렵다.

정부 정책이 불확실성을 끌어올리는 측면도 무시하기 어렵다. 특히 입시 정책의 변화는 사교육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이다. 예컨대 의대 증원은 상위권 고교 사교육을 들썩이게 한다. 지난해 의대 증원으로 성적 상위 10% 이내 고교생의 사교육비와 사교육 참여율 모두 뛰었다. 문재인정부에서 시작해 현 정부에서 완성한 고교학점제와 이와 연동하는 2028학년도 대입 개편도 마찬가지다. 고교 내신 성적이 5단계로 축소되고, 수능은 문·이과가 전 과목을 똑같이 치른다.


고교학점제 첫 적용 대상인 지난해 중3의 경우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44만9000원에서 49만4000원으로 10.1% 증가했다. 중·고교 전체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였다. 이는 ‘진로·진학 학습상담’ 항목에서도 드러난다. 입시 컨설팅 비용을 말하는데, 전체 사교육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으나 입시 현장의 불안감을 나타내는 지표다. 중·고교 입시컨설팅 비용은 2023년 720억원에서 지난해 820억원으로 14% 증가했다. 중학교에서 21.6%, 고교에서 11.3% 뛰었다. 중3의 경우 76억원에서 109억원으로 43.4% 폭증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공교육 경쟁력 강화와 입시 불확실성 최소화라는 두 개의 큰 틀에서 초등 저학년부터 고3까지 맞춤형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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