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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회피만 한다' 채권단과 갈등 커…사업재편 등 회생안 협상 진전 전망

서민생활과 직결돼 도덕적 질타 커…극심한 평판위기에 국면돌파 승부수 띄워


'회생 신청' 홈플러스 예의 주시, 김병주 회장 사재 출연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최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임직원 및 협력업체에 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16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법정관리 절차를 시작한 홈플러스를 소유한 사모펀드 운영사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이 16일 전례 없는 사재출연 의사를 밝히면서, 오리무중 상태였던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협의에 새 활로가 트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회생계획안에 합의해줘야 할 채권단에서 'MBK 측이 손실 회피만 하고 진정성이 없다'는 불만을 보이면서 협상의 물꼬를 트기 어려웠으나, 김 회장의 출연 결정으로 양측이 다시 대화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MBK는 국내 및 동북아 최대의 사모펀드(PEF) 운영사로 2015년 7조2천억원 거금에 홈플러스를 인수했으나, 경영난이 장기화하자 이번 달 초 '선제적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법원에 신청해 개시 결정을 받았다.

이후 MBK는 홈플러스 경영진과 회생계획안을 준비하며 메리츠금융그룹 등 주요 채권자들과 채권단협의회를 발족했으나, 양측 사이에 냉기류만 흐를 뿐 아직 정식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회생계획안은 사업 혁신과 수익성 개선 등 핵심 경영 결정을 담은 문서로 채권단이 합의해야 실행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에선 'MBK가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고 추가 재원 출자 없이 부채 관련 협상의 주도권만 쥐려고 한다'는 불만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MBK가 자구책 노력 없이 매장 매각 등 비롯한 기존 자산 쪼개기에만 열중해 경영 정상화에 대한 진정성이 부족하고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투업계의 한 종사자는 "법정관리를 구실로 MBK의 금융 채무 압박을 경감하고 소상공인·영세업자 대상의 대금 채무 지급을 먼저 한다는 명분 아래 다른 이해당사자들에게 교묘히 부담을 떠넘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MBK가 당장 성의를 보여야 할 상황으로 안다"고 전했다.

MBK는 여러 경로를 통해 "유동성 문제를 방치하면 수개월 내 지급불능 위기가 닥칠 수 있어 불가피하게 기업회생을 택했고, 홈플러스의 규모를 볼 때 MBK가 사내 자금을 투입해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채권단 측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나온 김 회장의 사재출연 소식은 아직 액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당장 상거래 대금을 내는 것에도 현금이 부족한 홈플러스에 '단비' 같은 조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출연하는 재원을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소상공인을 위한 결제 대금으로 쓰겠다고 밝혔으며, 구체적 지원 규모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들어갈 금액이 확인되는 대로 정해질 전망이다.

MBK가 홈플러스에 자금을 수혈하며 문제 해결 의지를 확인한 만큼, 채권단과의 회생계획안 협의도 더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전을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MBK·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에 '매장의 추가 매각'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슈퍼마켓 사업부) 매각 재추진'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 강화' 등 여러 방안을 담을 계획으로 전해진다.

특히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은 올해 초 인수 희망 대기업의 실사까지 진행됐다가 법정관리 시작으로 전면 중단된 상태이며, 최종 성사 시 3천억∼4천억원의 대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MBK·홈플러스는 올해 6월3일까지 법원에 이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며, 이후 채권단의 최종 재가를 거쳐 계획안 실행에 나서게 된다.

홈플러스는 이마트에 이은 국내 2위의 대형마트로 직원 1만9천명, 간접고용 인력은 3만명이 넘는다.

특히 홈플러스의 명운이 마트 노동자와 지역사회 고객 등 서민 생활에 미치는 여파가 큰 탓에, 이번 경영난으로 정계와 노동계 등에서는 MBK를 향해 '먹튀 자본' 등의 도덕적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8일 홈플러스 관련 긴급 현안 질의를 열기로 하고 MBK 김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김 회장은 "투자가 완료된 개별 회사(홈플러스)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금투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회사가 직면한 극심한 평판 위기를 감안해 이례적인 사재출연을 승부수로 선택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사모펀드 운영사는 투자 기업의 경영이 어려워져도 이에 대해 자금 투입을 해야 할 의무는 없다.

MBK는 과거에도 케이블TV 업체 '딜라이브'와 건설자재 회사 '영화엔지니어링' 등 수건의 경영 실패 사태를 겪었지만, 이처럼 운영사의 수장이 직접 사재를 출연한 것은 처음이다.

금투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때문에 MBK가 재계에서 이미지가 나빠졌는데 홈플러스 법정관리까지 겹치면서 진짜 우군이 없는 사면초가 상태가 됐다. 한국에서 계속 사업을 해야 하는 MBK로서는 국면 전환의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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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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