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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 일자리' 제조·건설업 취업자 감소폭 확대…당분간 개선 어려울 듯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구직마저 포기한 2030 세대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는 등 노동시장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15∼29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30대 '쉬었음'도 6개월 연속으로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정부는 경력직 위주의 채용 기조를 주된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민간주도 성장만 기대하며 내수·건설업 침체 등 장기적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취직을 위한 공부'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HR테크기업인 인크루트가 2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 한경직기념관에서 연 '2024 하반기 인크루트 채용설명회'에서 한 구직자가 교재를 보고 있다.
이번 채용설명회에서는 넥슨코리아, 포스코, LG화학, GS리테일, CJ 등 5개 기업의 인사담당자가 참여해 하반기 채용 일정을 공개했다. 2024.8.27 [email protected]


'일도 구직도 안 한다'…30대 이하 '쉬었음' 모두 역대 최대
1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최근 30대 '쉬었음' 인구가 가파르게 늘면서 작년 9월부터 6개월째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쉬었음'은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그냥 쉰다"고 답한 이들이다.

외형상 실업 상태지만 구직 의사가 없기 때문에 경제활동인구에 속하는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지난 2월 '그냥 쉰' 30대는 31만6천명으로 1년 전보다 1만4천명 늘었다.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같은 달 기준으로 가장 많다.

30대 '쉬었음'은 작년 9월부터 1년 전과 비교해 매달 약 1만∼5만명씩 늘며 역대 최대 기록 행진 중이다.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5∼4.8%로 6개월째 최고치다.

30대 '쉬었음' 증가세가 본격화한 것은 2023년 7월부터다.

15∼29세 청년층 '쉬었음'보다 약 3개월 늦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청년층 추세가 등락을 거듭한 것과 달리 1년 8개월 동안 계속 늘고 있다.

30대 '쉬었음'에는 한 번 이상 퇴직한 뒤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을 포기한 경우가 상당수 포함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쉬었음'과 유사한 30대 실업자를 보면 작년 기준으로 취업 무경험자는 3천명에 그친 반면 취업 경험자가 14만7천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30대 '쉬었음'은 20대의 경우와 달리 기업의 경력직 채용 기조보다는 일자리 미스매치나 양질 일자리 부족 탓이 더 클 수 있다는 뜻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실장은 "고용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력직 채용이 많아지다 보니 이제 경력직들끼리 경쟁하는 현상이 지배적"이라며 "청년층에 이어 이제 경력직의 '쉬었음'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30대 '쉬었음' 증가세는 노동시장의 활력이 떨어지는 경고음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청년층 '쉬었음' 증가가 본격화할 당시 그 밖의 고용 지표는 호조세였지만 최근엔 고용률이 하락하고 실업률이 상승하는 등 전반적인 지표가 둔화하고 있다.

지난달 '쉬었음'과 구직시장을 떠나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실업자를 포함한 사실상 '청년 백수'는 120만명으로 작년 동월보다 7만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채용을 해도 초단기 근로자나 비정규직·인턴이 많다"라며 "청년층이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령 취업자 증가폭↑, 청년층은 뒷걸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끝)


'양질 일자리' 필요하지만…제조업·건설업·공공기관 일자리 위축
2030세대 고용 확대를 위해선 양질 일자리가 늘어야하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제조·건설업 등 질 좋은 일자리의 감소세가 심화하는 형국이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7만4천명 줄면서 작년 7월 이후 8개월째 내리막길이다.

건설업 취업자도 건설경기 불황 등의 영향으로 16만7천명 감소했다. 10개월 연속 전년 대비 '마이너스'다.

안정된 일자리로 꼽히는 공공기관 정규직 채용 규모도 작년 2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일반 정규직 중 청년 비중(82.5%)은 4년 만에 가장 낮았다.

경기 불확실성 탓에 당분간 고용상황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더 답답한 대목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나 건설업 지표가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통상 건설수주가 4∼6분기의 시차를 두고 건설업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데 작년에서야 건설수주가 회복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근간으로 여겨지는 제조업은 주력품목인 반도체가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주의 정책 타깃에도 올라 업황 둔화 우려가 크다.

특히 철강·자동차 등 주력 업종마저 트럼프의 관세 보복 영향권에서 들면서 고용 시장 전망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공공 일자리는 윤석열 정부의 대규모 세수 펑크 압박으로 채용 문을 충분히 넓히지 못할 공산이 큰 상황이다.

김성희 고려대 교수는 "반도체 생산이 늘어도 고용은 늘지 않는데 정부가 민간주도 성장만 보고 있다"라며 "노동시장이 너무 경직적이어도 좋지 않지만 쉬었음이 많은 상황에서는 정부가 사회적 타협을 유도하거나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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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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