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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소통단절에 굴욕적 외교
“검토 단계”라더니 이미 포함 확인
“탄핵”“내란”… 與野는 네탓 공방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에너지부(DOE)가 지난 1월 초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국정 리더십 공백에 따른 외교력 약화가 현실화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핵심 동맹인 미국의 조처를 한 달 넘게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양측 간 고위급 소통 루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고위 관료를 지낸 한 외교 소식통은 16일 “대미 정보에 가장 밝아야 할 외교 당국조차 민감국가 지정 사실을 뒤늦게 파악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한·미 관계사에 기록될 굴욕 외교”라고 말했다.

앞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나와 “비공식 경로로 제보받아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또 “(민감국가 분류가)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도 13일 브리핑에서 “미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리스트는 최종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DOE는 지난 14일(현지시간) “한국이 민감국가로 분류됐다”고 확인했다. 외교부의 “검토 단계”라는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이번 조처는 지난 1월 이미 결정됐지만 외교부는 이달 들어서야 관련 동향을 인지하고 미 국무부와 DOE 등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더그 버검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 등 고위 당국자를 만났지만, 우리 정부는 당시에도 이런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 장관은 지난해 8월 DOE와 장관급 대화 정례화에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경위 설명 절차가 지연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미 정부 관계기관들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며 “한·미 간 에너지·과학기술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적극 교섭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는 책임 공방을 벌였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72년간 발전·진화해온 한·미동맹이 사상 최초로 퇴보한 것”이라며 “무능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무능한 여당이 초래한 외교 참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근거도 없고 실체도 없는 핵 보유 주장을 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 게 결정적인 이유”라고 주장했다.

반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하고 해명하는 작업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보는 것이 맞는다”고 말을 아꼈다. 여당은 민주당의 ‘줄탄핵’ 탓에 정국 혼란이 심화하면서 외교 리스크가 발생했다고 본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법적 근거 없이 국가 핵심 기관과 행정부를 마비시킨 결과는 국정 운영의 혼란과 정부 대응력 약화로 이어졌다”는 논평을 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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