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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세관에서 적발된 가짜 명품들.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젊은층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영국 패션 브랜드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 이 회사는 올해 초 국내 한 로펌을 선임하고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 운영사인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을 상표법 위반 방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를 통해 에이블리에 입점한 한 셀러가 해당 브랜드의 위조품을 판매한 사실이 확인됐다. 에이블리와 함께 위조품을 판매한 셀러 A 씨도 피고소인으로 포함됐다. 에이블리 측은 “현재 해당 셀러의 상품 판매 등의 조치를 취한 상태이며 유관부서에서 이 사건을 대응 중이다”고 전했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국내 패션·유통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그간 믿고 구매했던 여러 플랫폼에서 부적격 상품들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연이어 드러났기 때문이다. 플랫폼들이 신뢰 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에 휘말린 건 에이블리뿐만이 아니다. 이런 사실이 적발되지 않은 플랫폼을 찾기가 오히려 힘들 정도로 수많은 플랫폼의 부적격 상품 판매 사실이 하루가 멀게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 제품도 못 믿겠다”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크림’, 무신사가 운영하는 ‘솔드아웃’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플랫폼에서조차 일명 ‘짝퉁’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피해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크림과 솔드아웃은 한정판 거래 플랫폼이다. 개인뿐 아니라 ‘셀러’로 불리는 병행수입 제품 거래업체들이 해당 플랫폼에 원하는 가격과 상품을 올려놓으면 일반 소비자들이 이를 구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에이블리와 달리 나름의 안전핀도 마련했다. 상품의 거래가 이뤄지면 크림과 솔드아웃 모두 자체적으로 정품 여부, 하자 및 퀄리티 등을 검수해 판매자와 구매자 간 중개를 하고 수수료를 챙긴다.

문제는 그런데도 위조품을 받는 소비자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해당 플랫폼에서 비싼 값을 주고 산 제품들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국명품감정원 등에 의뢰를 맡겼는데 짝퉁 판정받았다”는 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크림에서 진품 판정을 받고 구매한 제품을 솔드아웃에서 재판매하기 위해 보냈는데 짝퉁 판정받아 검수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사례도 종종 올라온다.

중고 패션 플랫폼 번개장터도 짝퉁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번개장터는 지난해 말 ‘럭셔리 플리마켓’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에 앞서 번개장터 측은 ‘100% 정품 검수된 명품 제품만 판매한다’고 광고했고 많은 이들이 행사에 몰렸다.

그런데 이후 한 유튜버가 해당 행사에서 산 명품 가방이 위조품이었다는 내용의 영상을 게시하며 파장이 일었다. 행사에서 산 루이비통 가방이 브랜드에서 발매한 적도 없는 위조품이었던 것이다.

패션·유통 플랫폼에 관한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충전재 혼용률 오기재 이슈에 따른 ‘가짜 패딩’ 파문으로도 몸살을 앓고 있다.

여러 플랫폼에서 거위 솜털 일정 비율 이상 함유한 ‘구스다운(거위털)’ 패딩이라고 홍보하며 제품을 판매했으나 이 제품들이 오리털, 솜 등을 넣어 패딩을 제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데 따른 것이다.

무신사도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무신사가 직접 투자하기도 한 패션브랜드 ‘라퍼지스토어’의 경우 패딩 충전재 허위 기재뿐만 아니라 가짜 ‘YKK 지퍼’를 사용해 논란을 키웠다. 함량에 대한 불신은 대기업이 판매하는 기성 브랜드까지 이어졌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후아유 역시 거위털 80%로 만들었다고 광고한 구스다운 점퍼가 사실은 거위털 30%로 이뤄진 사실이 밝혀졌다.

신세계 계열 의류 브랜드인 보브와 지컷에서 판매한 구스다운 점퍼에는 상품 정보에 기재된 거위털이 함유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갈수록 구분 어려워지는 ‘짝퉁’
이런 논란이 일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선 패션·유통 플랫폼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여러 플랫폼이 부적격 상품을 판매한 브랜드나 셀러를 퇴출하고 소비자에 대한 피해 보상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무신사는 후속 조치로 패션 브랜드사 대표를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하는 한편 입점 상품 약 8000개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추가로 8개 브랜드의 상품정보 허위 기재 사실을 적발하고 일정 기간 상품 판매 정지 처분과 함께 환불 절차에 들어갔다.

다만 이런 조처가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심지어 패션 플랫폼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사실상 사후약방문식 대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짝퉁 판매에 대한 문제의 경우 사실상 이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위조품의 퀄리티가 진품과 사실상 동일하다고 여겨질 만큼 높아졌다는 것. 한 명품 플랫폼 관계자는 “최근 시중에 유통되는 위조품들은 전문가들이 자세히 들여다봐도 진품과 구분이 어려울 만큼 정교하게 제작된다”고 했다.

둘째는 플랫폼들의 운영 방식이다. 거의 모든 플랫폼이 직접 제조한 브랜드 상품이 아닌, 입점사나 납품사 상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패션 플랫폼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조처를 하고 있기는 하나 너무 많은 셀러가 플랫폼에 입점해 있어 이들이 판매하는 제품이 부적격 상품인지에 대한 여부를 일일이 조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플랫폼뿐 아니라 상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들도 함께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특히 맨눈으로 진위를 구분하기 어려워진 비싼 명품 브랜드 가품에 대한 소비자 피해가 막대한 상황”이라며 “명품 브랜드가 제품을 만들 때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정품 QR코드를 숨겨놓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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