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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반대 운동 이력’ 라술 대사
트럼프 행정부 ‘백인 기득권’ 지적하자
루비오 국무장관 “미국 증오” 맹비난
미국 행정부에 의해 추방된 에브라힘 라술 주미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 AFP연합뉴스


최근 미국 정부에서 추방된 에브라힘 라술 주미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는 “미국을 증오하고 인종 혐오를 미끼 삼는 정치인”(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라는 평을 듣고 지난 주말 고국으로 쫓겨났다. 라술 대사가 세미나에서 ‘백인 우월주의’를 언급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였다.

17일 경향신문이 확인한 발표 전문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 측이 문제 삼는 라술 대사의 발언은 미국 정치 상황을 분석하고 남아공의 대미 전략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온라인에서 진행된 세미나에서 라술 대사는 “외교는 가치와 이익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과의 현재 관계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기 위해 이같은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을 열었다.

이후 그는 트럼프 및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계승과 단절’을 설명하며 미국의 정치 지형을 짚었다. 그는 바이든 전 대통령 때부터 미국이 남아공에 러시아와의 우호적 관계 등을 이유로 압력을 가했으며, 우크라이나·가자지구 전쟁에 관여하는 등 미국의 이념적·실리적 우위를 지키려는 여러 형태의 개입을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루비오 장관 등이 문제 삼은 대목은 라술 대사가 지목한 트럼프 행정부의 돌출 현상에서 거론됐다. 라술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나 유엔 등 기존 국제사회 질서를 유지해온 기구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우월주의를 동원해 기존 체제를 향한 공격을 도모한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국외에서는 기존 국제질서를 흔들면서 미국의 힘을 유지하려는 시도들이 이 현상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백인의 피해의식을 강조하는 전략’도 언급됐다. 라술 대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나 J D 밴스 미 부통령이 영국의 극우 성향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나 독일의 극우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를 지지·접촉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국제적으로 ‘백인 피해의식’ 담론을 확산하고 극우 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그는 이같은 움직임이 백인 유권자 비율이 48%로 낮아지고, ‘소수 인종의 다수화’가 예정된 미국 사회에서 당연히 이어질 수밖에 없는 백인 기득권의 불안, 위기감의 결과라고 해석했다.

그는 “가치를 지키면서도 실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미·중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는 균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이 내부적으로 심각한 정치적 분열을 겪고 있으며 백인 기득권의 위기의식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미국 내 변화를 주의 깊게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 해외 원조를 중단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남아공은 이 흐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해독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라술 대사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 반대 운동을 펼쳐온 남아공 정치인으로 어린 시절부터 인종에 기인한 차별과 배제를 겪으며 자랐다. 반아파르트헤이트 운동을 하다 감옥에 갇혔고, 그곳에서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를 만났다고 BBC가 보도했다. 라술은 2010~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 재임 시절 미국 대사를 한 차례 역임한 뒤 지난해 다시 대사로 임명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라술 대사 추방은 라술 대사 개인의 발언 탓이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간 악화해온 미국과 남아공의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이 ‘토지 수용법’으로 백인을 차별한다는 이유로 지난달 행정명령으로 남아공 원조를 모두 중단했다. 남아공이 의장국으로 개최한 주요 20개국(G20) 회의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남아공이 가자지구에서의 대량 학살을 벌인 혐의로 이스라엘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한 사실도 미국이 남아공을 배척하는 이유로 지목된다.

미국, 남아공 모든 원조 끊고 장관급 G20도 패싱미국 국무장관·재무장관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장관급 회의에 불참한다. G20 정상회의 주제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기조나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외곽 나스렉 구역의 엑스포센터에서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G20 외교장관회의와...https://www.khan.co.kr/article/202502202058015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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