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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 워싱턴 EPA=연합뉴스


미국이 지난 1월 원자력과 인공지능(AI) 등의 협력을 제한할 수 있는 ‘민감국가 리스트’에 동맹국인 한국을 추가한 것으로 15일 공식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전방위적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온 한미 동맹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외교적으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정부가 두 달 가까이 관련 상황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적시에 대응하지 못한 것을 놓고도 국내에서 논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에너지부는 바이든 정부 말기 때인 지난 1월 초에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리스트’의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 국가에 한국을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한국을 리스트에 추가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이 민감국가로 분류되면 미국과의 첨단 과학기술 관련 협력과 교류가 제한될 수 있다. 미 에너지부는 국가안보,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경제안보 위협, 테러 지원 등의 이유로 특정 국가를 민감국가로 지정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원자력과 인공지능(AI), 양자과학, 첨단 컴퓨팅 등 첨단 과학기술 협력과 연구 참여 등이 엄격히 통제된다. 현재 민감국가는 중국, 러시아, 북한, 시리아 등이다.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에 추가할 당시는 트럼프 정부의 출범(1월20일)을 앞두고 대러시아 추가 제재조치를 발표하는 등 일종의 ‘정책 대못박기’를 진행하는 시점이었다. 같은 시기 한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등 정치적 격변을 겪고 있던 때였다.

윤 대통령이 줄곧 한국 내 자체 핵무장을 강조해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한국 내에서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을 우려하며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의미다. 2023년 1월에 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수위가 더 고조될 경우를 전제로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찬성 여론과 맞물려 미국 조야에서 주목을 받았다. 존 커비 당시 바이든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으며 이는 변하지 않았다”라면서 북한은 물론 한국도 포함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미국의 정책으로 재강조했다.

트럼프 정부가 바이든 정부 때의 조치를 그대로 시행할 경우 한미간 핵 관련 협력에 제약은 물론, 동맹국가인 한국과의 신뢰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나아가 상호방위 영역에서 시작해 양국간 협력의 지평을 전략적 수준까지 끌어올린 한미동맹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등급에서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에너지부 차원에서는 테러지원국이자 불법 핵무기 개발 국가인 북한과 한국이 유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는 점에서다.

이런 이유로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리스트가 실제로 발효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러 추정 논리 중에 그런 말(핵무장론)이 나오는 건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며 “다만 반드시 그게 이유인지는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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