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했다가 상당 부분의 관세를 한 달간 유예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두 차례에 걸쳐 합계 20% 관세를 추가 부과했다. 다음 달 2일부터는 다른 나라들에도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품목별 관세도 도입해 우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가 12일 발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의회 연설에서 “관세는 미국의 일자리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영혼을 보호한다”며 관세에 대한 특유의 애정을 재확인했다. 그는 “관세는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하고 다시 위대하게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해외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글로벌 무역전쟁을 초래하고 미국 경제에도 해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극단적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로 미국 증시가 급락하는 등 시장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관세란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나

관세는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된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중국에 10%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은 4달러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입된 제품에 추가로 0.4달러의 요금이 부과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입품 가격을 인상하는 건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국내 제품을 구매하도록 장려해 자국 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관세는 그렇게 간단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관세는 수입업자가 지불하거나 수입업자를 대신해 중개인이 부담한다. 제품을 생산하는 외국 회사가 수입업체에 대한 양보로 가격을 낮추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수입업체가 관세를 부담하며 이익 감소를 막기 위해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 결국 소비자가 관세 비용을 간접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해외 기업들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투자를 유치하고 고용을 촉진할 수 있다. 하지만 보복 관세를 초래해 미국의 경제와 일자리에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관세가 미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칠까

보수 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대해선 매우 비판적이다. WSJ는 지난 4일 사설에서 “관세는 세금이며 트럼프의 최근 관세는 연간 약 1500억 달러(218조원)의 세금 인상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WSJ는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로 미국의 과일과 채소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채소와 과일의 약 30%는 멕시코산이다. 스마트TV는 25% 더 비싸지고 북미에서 조립된 픽업트럭의 가격은 8000달러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캐나다로부터 수입하는 천연가스와 원유, 전기 등의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본다.

WSJ는 관세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철강 관세에 대해 “기껏해야 10만개의 새로운 철강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지만 아마도 100만개의 다른 일자리를 파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미제조업체협회는 최근 성명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는 미국 제조업을 전 세계적으로 더 경쟁력 있게 만든 공급망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가 관세 폭풍을 일으키며 미국 제조업 부흥을 시도하고 있지만 승산이 낮다고 진단했다.

트럼프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한 뒤 이틀 만에 자동차 관세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의 우려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다른 나라에서 최종 조립을 거친 후 미국으로 운송될 때 수입품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공급망이 복잡해지면서 어떤 차량이 미국산이고 어떤 차량이 수입산인지 말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멕시코는 지난해 미국에 수입되는 승용차와 SUV의 23%를 공급했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자동차 가치의 38%는 미국에서 생산된 부품에서 나온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토요타 SUV 모델 라브4의 경우 캐나다에서 수입되지만 엔진과 변속기 등 차량 구성 요소의 약 70%는 미국에서 생산된다. 결국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생산된 자동차라고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자동차 산업도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의 관세는 얼마나 낮은가

트럼프는 의회 연설에서 “우리가 부과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무수히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과장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은 전 세계 대부분 국가보다 평균 관세율이 낮지만, 다른 부유한 국가들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의 모든 제품 평균 관세율은 약 3%인 반면 캐나다 일본 영국은 4%다. 세계무역기구(WTO)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평균 관세율은 5%, 호주는 2%다.

중국의 모든 제품 평균 관세율은 8%로 높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인도, 아르헨티나,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관세율이 특히 높다.

트럼프는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나 높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대부분 상품을 무관세로 교역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대미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은 사실상 0%”라고 밝혔다.

미국은 멕시코·캐나다와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포함해 전 세계 20개 무역 파트너와 관세율 제로를 약속한 FTA를 체결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는 미국의 전반적인 무역 적자를 문제 삼고 있기 때문에 기존 관세율이 낮다고 미국의 관세 부과를 피해갈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국민일보

김남중 선임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