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더불어민주당이 14일 국민연금 개편과 관련해 국민의힘의 ‘소득대체율 43%’ 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보험료율(내는 돈) 13%·소득대체율(받는 돈) 43%’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이르면 다음주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는 21대 국회 당시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데는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현행 40%인 소득대체율 인상 폭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22대 국회 들어 이어진 논의에서 국민의힘은 43%를, 민주당은 44%를 주장하며 맞섰고, 정부와 국민의힘이 자동조정장치(경제 상황이나 인구 구조 변화에 연동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것) 도입을 요구하면서 또다른 쟁점도 생겨났다. 지난 6일 여야 국정협의회에서 민주당은 ‘자동조정장치 없는 소득대체율 43.5%’를 제시했으나, 국민의힘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전격적으로 국민의힘 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건 조기 대선 전에 연금 개편 문제를 정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재정 고갈이 이미 예고된 상황에서 연금 개편은 미룰수록 부담일 뿐더러, 60일로 압축적으로 치러지는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 여야 합의는 더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조기 대선 승리를 확신하는 민주당으로선,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개편하는 모수개혁을 마무리해야 집권 뒤 구조개혁(기초연금·퇴직연금 등 다른 연금과 연계해 연금 구조 전반을 개편하는 것) 논의에 손쉽게 착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지금 모수개혁을 마무리해둬야 새 정부에서 구조개혁 논의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 사태로 위기에 직면한 민생 경제를 민주당은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을 위해 대승적으로 한번 더 양보하기로 결정했다”고 한 것처럼, ‘민생 정당’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차원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이날 소득대체율 43%를 받는 조건으로 내건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와 출산 및 군 복무 크레딧 확대, 저소득층 지원 확대는 여야정 합의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소득대체율 43% 수용을 환영한다”며 이 세 가지 조건이 “이미 정부의 연금법안에 포함된 내용으로, 정부와 협의해 합리적으로 결정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여야 합의를 존중하고, 야당이 제시한 전제조건에 대해서는 국회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민주당에선 모수개혁을 위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이르면 다음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본회의까지 통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소속인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이날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복지위 통과 시점은 다음주 정도로 생각한다. 여야 간사가 구체적인 일정을 논의할 것”이라며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고 정책 상황이 불안정한 만큼 더 늦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이 걸림돌이다. 두 당은 연금특위를 국민의힘 6명, 민주당 6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하기로 했지만, 특위 구성안에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는 국민의힘과 넣을 필요가 없다는 민주당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연금특위가 먼저 구성돼야 연금개편안을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연금개편안부터 처리한 뒤 특위 구성을 논의하자는 태도다. 국민의힘에선 ‘특위에서 민주당이 여야 합의 없이 구조개혁안을 강행처리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고, 민주당은 ‘특위 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을 예정이라 합의 처리 문구를 명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한편,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는 연금특위 구성 뒤 논의하기로 하면서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특위가 구성되면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소득대체율 43%안 수용 뜻을 밝히면서 “현재 상태에서는 국회 승인부로 하더라도 수용이 어렵다고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선을 그었다. 반면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모수개혁 논의에서는 담지 못하더라도, 추후 연금특위가 구성되면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자동조정장치는 특위에서 핵심 의제로 반드시 논의되고,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