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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7일 선고해도 93일 만에 결론···역대 최장
헌재, 극심한 분열 속 ‘만장일치’ 조율에 집중
‘5:3’ 분열 땐 마은혁 변수 등 고려하며 숙의
다수 탄핵 사건 병행 심리···사건 집중도↓ 분석도
지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권도현 기자


헌법재판소가 14일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선고일을 밝히지 않았다. 전례에 따라 늦어도 3월 중순에 결론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다음주 이후로 선고일이 잡히면 윤 대통령 사건은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중 최장기간 심리한 사례가 된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한 이후 17일째인 이날까지 선고일을 알리지 않았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각각 14일, 11일 후 결정됐다. 헌재가 변론 진행 중에도 주기적으로 평의를 열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결정이 신속히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숙의는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헌재가 다음주 이후로 선고일을 잡으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가장 오래 심리한 대통령 탄핵 사건이 된다. 현재로서 가장 빠른 선고 예정일인 오는 17일에 결론이 나더라도 탄핵안이 헌재에 접수된 지 93일 만에 결론이 나오는 셈이 된다. 노 전 대통령 때는 사건 접수 후 결정까지 63일, 박 전 대통령 때는 91일 걸렸다.

선고일이 지연되는 이유는 국론 분열이 극심한 상황에서 재판부가 ‘만장일치’로 이견을 조율 중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석방된 이후 탄핵 찬·반 대립은 더 극명해졌다. 이 때문에 헌재 재판관들의 만장일치 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한층 더 커졌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탄핵 찬·반 여론이 극도로 과열된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헌재는 표현 하나하나에 더욱 신중을 기하며 ‘만장일치’ 결정문 문구를 열심히 다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의가 길어진다는 건 헌재가 명확한 기각·인용 결정을 내릴 만큼 의견이 모이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해석도 있다. 8명의 재판관 중 기각 의견이 3명 이상 나오면 탄핵이 기각되는 만큼 재판관 한 명의 입장 변화는 최종 결론을 바꿀 수 있다. 선고가 미뤄지는 동안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취임하고, 마 후보자가 인용표를 던지면 기각 의견을 가진 3명이 의견을 굳히더라도 인용 결정을 내리게 된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견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상황에서 헌재가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부담된다”며 “마 후보자 임명 가능성을 염두에 둔 상태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평의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 결론은 이미 나왔으나 결정문 완성 단계에서 지연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재판관들은 결정문의 소수·보충의견 부분에서 자신의 의견을 부연할 수 있다. 일부 이견이 있는 재판관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헌재 결정과 지나치게 충돌하지 않도록 표현을 다듬는 데 시간이 걸린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헌재의 증거·증인 채택, 피청구인의 증인신문 등 새롭게 쟁점이 된 절차적 문제에 대해 명확한 결정례를 남기기 위해 시간을 쏟고 있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사건이 이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다른 점은 여러 탄핵 사건을 동시에 심리했다는 점이다. 12·3 비상계엄 이후 헌재에는 윤 대통령을 포함해 총 9명의 탄핵 사건이 접수됐다. 조지호 경찰청장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은 모두 윤 대통령 사건과 병행 심리됐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다른 사건들을 같이 심리하면서 헌재가 대통령 사건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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