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검사 탄핵으로 국가비상 초래됐단 윤 주장 정면 반박”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야5당 공동 사전 집회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13일 저녁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헌법재판소가 13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한 감사원장·검사 탄핵 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명분의 하나로 들었던 사건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 쪽은 이들의 탄핵 사건이 기각된 뒤 “비상계엄의 정당성이 증명되고 있다”고 환영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기각 결정이 윤 대통령 탄핵 사건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짚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탄핵 재판 최종의견 진술에서 “거대 야당은 ‘방탄 탄핵’, ‘이적 탄핵’으로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공소유지를 방해하고 전임 정부 관련 의혹 감사를 무마하려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소추해 나라를 위기로 몰아갔다는 주장이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인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 앞 기자회견에서 “줄탄핵, 방탄 탄핵, 보복 탄핵, 이적 탄핵을 통한 국정 마비 시도, 헌정질서 파괴, 이에 따른 대통령의 고심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것인데 그 원인이 됐던 탄핵들이 기각됐다”며 “따라서 대통령 탄핵 사건도 신속히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감사원장·검사 탄핵 기각 결정이 윤 대통령 탄핵 선고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의견이 많다. 헌법재판연구원장 출신인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사원장·검사) 탄핵 기각으로 대통령의 행위가 정당화된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설령 탄핵 남발이 있어 줄일 필요가 있더라도 다른 헌법적 수단을 써야 하고, 백번 양보해 계엄 선포는 헌법의 기준에 맞춰서 했어야 하는데 다 위법하게 이뤄지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거론한 자의적인 비상계엄 선포 명분이 헌법 77조 1항(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때 계엄 선포 가능)이 규정한 요건을 채울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권이 남용된 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 지검장 등 탄핵소추 결정문에서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에서 필요한 법정 절차가 준수되고 피소추자의 헌법 내지 법률 위반 행위가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소명됐다”며 “이 사건 탄핵소추의 주요 목적은 법적 책임을 추궁하고 동종의 위반 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돼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정문을 보면, 탄핵소추의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직을 파면할 만큼의 중대한 법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헌재가 인용 결정까지는 가지 않았어도, 국회가 할 수 있는 탄핵소추였다고 확인을 한 것”이라고 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이들에 대한 탄핵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됐다는 점을 헌재가 인정한 것이고, 이로 인해 ‘국가비상사태’가 초래했다는 대통령의 주장을 오히려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주장하는 비상계엄 선포의 적법성 주장을 헌재가 간접적으로 부인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