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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측 스피커 앞에 선 경찰들이 귀를 막고 있다. 연합뉴스
" 관등성명 대! "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학생들의 집회가 한창이던 충북대에서 극우성향 유튜버 안정권씨는 자신을 제지하려는 경찰을 향해 이렇게 퍼부었다. 급기야 차 위로 올라가 확성기를 잡고서는 경찰을 향한 폭언을 멈추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집회 현장에 있던 유튜버들의 실시간 중계를 통해 경찰관 얼굴·목소리 등이 고스란히 송출됐다.

결국 해당 경찰관은 “미안해요. 내가 사과할게”라고 했고, 안씨는 “남자들끼리 풀면 돼. 올라간 거 이거(영상)는 여기에서 그냥 끝낼게. 지워줄게요”라고 답했다. 뒤돌아선 안씨는 시청자들에게 “구독과 후원 부탁한다”며 상황을 마무리했다. 충북비상시국회의에 따르면 이날 극우 유튜버들은 충북대 집회에 난입해 학생들의 얼굴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현수막과 피켓 등 집회 물품을 불에 태우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일이 다가오며 집회 현장에서 경찰을 겨냥한 시위대의 공격 수위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 한남동 관저 앞 등 탄핵 반대 집회에서 우파 유튜버를 중심으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경찰 모욕과 조롱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통행을 제지하려는 경찰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휴대폰으로 얼굴을 찍으며 항의하고 있다. 김서원 기자

13일 유튜브에 ‘경찰 공안’ ‘가짜 중국 경찰’ 등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집회 현장을 관리하는 기동대 등 경찰들의 얼굴과 이름 등 개인 신상 정보가 담긴 영상이 수두룩하게 올라와 있다. 이들은 휴대폰으로 경찰 얼굴과 명함을 촬영하면서 “너 공안이지, 시진핑 개XX 말해봐”라며 사상 검증을 시도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대답하지 못하면 “너 OO(이름), 소속 대봐”라며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이름과 얼굴을 공개해버리기 일쑤였다.

일부는 1989년 6·4 천안문 사태를 기리며 홍콩 민주화 운동에서 자주 불리는 노래인 ‘자유의 꽃’을 앰프로 볼륨 높여 경찰 귀에다 대고 재생시키기도 한다. 단순히 시끄러워서 귀를 막는 경찰을 향해 “중국에선 금지곡이라 듣기만 해도 무조건 사형이라더라” “공안이라 긴장하나 보네”라며 몰아가는 식이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방이나 카페 ‘건사랑’ 등엔 ‘긴급 알림’이란 제목으로 “집회 경찰 중 50%가 중국 용역이다. 덩치 큰 남자·머리 긴 여자·선글라스 착용자들은 거의 다 공안 혹은 용역이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글도 퍼져있다. 이와 함께 “선글라스·마스크·모자를 다 벗겨서 얼굴을 꼭 확인하고 역채증하라”는 내용의 지령이 공유되고 있다고 한다.



"경찰 조직 차원 대책 없어 답답"
이 같은 행태는 공무집행 중 초상권 등 개인정보 침해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하지만 현장 경찰이 즉각적으로 대응 가능한 방법이 없다. 지방청 소속 기동대원 박모(31)씨는 “정상적인 임무 수행에도 악의적으로 얼굴에 카메라를 갖다 대는 경우엔 굉장히 기분이 나쁘다”며 “유튜버한테 신상 털려서 욕먹는 동료는 우울증 걸릴 것 같다고 호소하더라”고 토로했다.

경정급 경찰 관계자는 “집회를 한 번 다녀오면 난청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경찰이 고소하는 과정이 상당히 까다로우니 선뜻 대응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대장 A씨는 “현장 애로사항을 상부에 매번 보고하지만,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아 답답한 실정”이라며 “인사철 기동대에서 전출을 희망하는 후배들이 많고 일부는 정신과 치료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상 박제가 경찰에 대한 사적 제재로 이어져 공권력이 위축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동운 법무법인 서인 변호사는 “경찰관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업무를 방해할 목적으로 촬영하고 그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폭행·협박·모욕을 가하는 경우엔 명예훼손·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며 “개별 경찰에게만 맡기지 말고 조직 차원에서 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처벌해야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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