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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들, 학생 복귀 설득에 총력전
의대생들 비타협적 "이번에도 특혜 기대"
"학생들이 뭘 원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워"
박단 비대위원장 교수 비난하며 '몽니'
김택우(왼쪽)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겸 의협 부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뉴시스


“3월 말까지 수업 거부 의대생이 전원 복귀하면 내년도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는 정부의 ‘백기 투항’에도 의대생들의 복귀 움직임이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비타협으로 일관하는 의대생과 전공의에 대해 의료계 내부에서도 ‘더는 용인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특히 사직 전공의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겸 대한의사협회(의협) 부회장이 의대 교수들을 사사건건 ‘저격’하면서 의대생 복귀를 가로막고 있다는 성토가 쏟아진다.

13일 의료계와 교육계에 따르면 의대 학장과 보직 교수들은 학생들과 면담하며 복학을 설득하고 있다. 미복귀 시 유급, 제적 등 학칙에 따른 처분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여러 차례 알렸다. 수업 참여자는 여전히 극소수이지만, 동요하는 조짐이 없지는 않다.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은 “학생들은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았는데 자신들만 학교로 돌아가도 되는지 고민하는 것 같다”며 “복귀 시한이 다가오면 상당수가 복귀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대들은 이번만큼은 미복귀 학생을 선처하거나 구제할 수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의대생 집단행동을 지켜보는 교수 사회 분위기도 강경하다. 서울 지역 의대 A교수는 “학생들이 유급, 제적될까 봐 걱정하면 ‘협박하냐’는 반응이 돌아오는데, 학칙을 지키라는 말이 왜 협박이고 겁박이냐”며 “학칙을 어기면 당연히 그에 따른 처분을 받아야 하고 그 결과는 학생 개개인이 오롯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병원 B교수도 “의대생과 전공의의 억지 부리기가 도를 넘었다”며 “끝까지 버티면 다 얻을 수 있고, 유급이나 제적을 면제받는 특혜도 당연히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제자 보호에 앞장섰던 교수들이 다소 냉랭해진 건 의대생들의 요구가 터무니없기 때문이다. 일단 내년 모집인원이 동결돼 의대 정원 재논의 여지가 생겼는데도 아직 의사 면허도 없는 학생들은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를 또 다른 복귀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필수의료 패키지에는 그간 의료계가 줄기차게 요구했던 수가(의료행위 가격) 정상화,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 의료전달체계 개선, 지역의료 강화 방안 등이 담겨 있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 교수는 “단적으로 비유하자면 배고프다는 사람에게 음식을 가져다줬더니 ‘이건 아니다’ ‘저건 싫다’ 계속 뿌리치는 상황과 비슷하다”며 “학생들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이 옳은 주장인지, 대체 무엇을 위해 저렇게까지 행동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 의사나 교수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하게 막을 거면 그들 스스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대생 복귀를 도와야 할 의협은 도리어 “내년에는 한 명도 뽑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사태 해결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박 부회장은 의대생 복귀를 호소하는 의대 학장과 교수들을 향해 “스승의 위선” “어른의 편협” “학장의 강약약강(걍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하다는 뜻)”이라며 비난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또 “돌아오라고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지 의문”이라거나 “학생들은 철부지가 아니다”라며 의대생 집단휴학을 사실상 부추겼다. 의협 내부에서도 박 부회장의 독단적 행보에 대한 불만이 크다.

의협 한 대의원은 “교수들은 어떻게든 사태를 해결해 보려고 하는데 박 부회장은 교수를 적대시하면서 혼란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전공의와 의대생은 박 부회장 눈 밖에 나면 생매장당할 것이란 공포에 떨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지역 의대 C교수도 “의협이 전공의 단체도 아닌데 일개 사직 전공의 한 명에게 무소불위 권력을 허용하고 질질 끌려다닌다”며 “박 부회장의 주장은 국민과 의료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집단 이기주의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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