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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3조 규모 ‘영유아 사교육비’…영어 과목에 가장 많이 써
교육부 과장광고 제재도 효과 미미…사실상 ‘관리 사각지대’


초등학교 취학 전인 영유아가 초중고생보다도 영어 사교육에 쓰는 돈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영어유치원에 보낼 경우 유아 1인당 월평균 154만원을 쓰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영어유치원’으로 대표되는 영유아 사교육을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가 13일 공개한 ‘2024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를 보면, 만 6세 미만 취학 전 영유아를 둔 가구가 지난해 7~9월 3개월간 지출한 사교육비는 8154억원이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3조3000억원에 달한다. 영유아 부모 1만3241명을 표본 추출 조사해 전체 규모를 추산한 것이다.

이번 조사는 국가 승인 통계는 아니지만 교육부가 영유아 사교육비 현황을 처음 공개한 사례다. 교육부는 2017년 영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를 했지만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만 5세 아동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5000원으로 초등 1학년(42만9000원)보다 많았다.

영유아 사교육은 영어에 쏠려, 초중고 학생들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었다. 사교육 참여 유아 기준 영어에 지출하는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4000원으로, 지난해 고등학생의 월평균 영어 사교육비(32만원), 초등(23만2000원), 중등(27만9000원) 학생보다 높았다.

이는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영어학원 유치부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유치원,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유아의 17%가 3시간 이상(반일제) 학원을 이용했는데 영어학원 유치부(154만5000원), 놀이학원(116만7000원), 예능학원(78만3000원) 순으로 월평균 사교육비가 많이 들었다.

소득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는 영유아 때부터 벌어졌다.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 지출 비용과 참여율이 높았다.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62.4%로, 월평균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29.5%)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고소득 가구는 영유아 1인당 월평균 32만2000원을 사교육비로 썼다.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4만8000원)의 7배 달한다.

영유아 사교육 시장의 확대 원인으로는 정부의 관리 부실도 꼽힌다. 주요 학군지에선 실질적으로 유치원처럼 종일반을 운영하면서도 이름만 영어학원인 곳이 적지 않다. 서울 강남과 목동 등 학군지의 영어유치원 원비는 유아 1인당 월 200만원대다. 지난 11일 목동에서 만난 학부모 A씨는 “원비에 셔틀비 등을 생각하면 영어유치원은 월 200만원이 기본”이라며 “만 3세부터 보낼 수 있는 종일반이 유행 중”이라고 말했다.

‘4세 고시’로 불리는 영어유치원 레벨테스트 등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있었지만, 영유아 사교육은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과장광고 등에 대해 행정지도를 했다고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교육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등 입시 정책의 영향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학원가에 ‘초등 의대반’이 생겨났을 정도다. ‘영유아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학원가의 공포 마케팅과 학부모들의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영유아 사교육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유보통합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도입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교육부는 이날도 무등록·허위광고 학원에 대한 점검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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