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심우정 검찰총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대검찰청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즉시항고 필요성’ 권고가 나온 지 하루 만인 13일 “검찰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불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대법관의 공개적인 권고에도 ‘즉시항고 포기’를 못박으면서 “윤석열만을 위한 검찰”이라는 법조계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전날 천 처장의 발언 직후 검찰은 내부 의견 수렴에 들어갔고 대검 수뇌부는 이날 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 즉시항고 문제를 검토했다. 수사팀은 여전히 즉시항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심우정 검찰총장은 △석방 지휘로 즉시항고 포기 의사를 이미 밝혔고 △외부 요인으로 검찰 결정을 번복하는 게 부적절한데다 △천 처장의 발언이 법원을 대표하는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는 참모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즉시항고 포기’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결국 법원에 등 떠밀려 즉시항고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감안됐다”고 전했다.

대검은 즉시항고 제도나 구속기간 산정 방식에 대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검찰 내부에서조차 구속 사건 전반의 혼선을 막기 위해서라도 항고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형사소송절차에 있어 구속기간에 대한 상급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놓을 필요가 있었다”며 “그런 면에서 여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검사도 “애초에 항고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적지 않았는데 법원행정처장의 발언에도 항고를 스스로 포기했으니 논란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더욱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검찰이 즉시항고하고 인용된 사례도 있어 거듭된 즉시항고 포기는 ‘윤 대통령 석방 사수 행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울산지검은 2023년 공동 공갈 혐의로 구속된 피고인 2명의 구속을 법원이 취소하자 석방을 지휘하면서 동시에 즉시항고했다. 의정부지검도 2018년 게임산업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피의자가 구속 취소되자, 즉시항고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심 총장은 보석 허가와 구속집행정지에 따른 즉시항고에 위헌 결정이 나와,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도 위헌 소지가 크다며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사건의 즉시항고를 포기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법 집행기관인 검찰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날 때까진 현행법대로 집행하는 게 기본 지침”이라며 “윤 대통령에겐 자의적 해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검찰 스스로 만회할 기회를 차버리면서 자충수를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만 봐주기’라는 비판도 거세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403조 2항을 들어 보통항고도 할 수 있는데 검찰이 대놓고 윤 대통령을 봐준 것”이라며 “윤석열만을 위한 ‘1인 인권 검찰’이 됐다”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도 “검찰이 즉시항고하면 법원으로 공이 넘어가는 건데 검찰의 잘못된 판단으로 상황이 꼬였다”며 “언제부터 피고인에게 이렇게 자비로운 검찰이었나”라고 비판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374 “자식 같은 송아지들 죽는 모습에…억장이 무너진다” 랭크뉴스 2025.03.18
45373 "소 키울수록 손해인데 구제역까지"… 깊어지는 한우농가 시름 랭크뉴스 2025.03.18
45372 美 에너지부, 1년여 전 원자로 설계정보 韓 유출 시도 적발 랭크뉴스 2025.03.18
45371 뉴욕증시, 소비 회복에 주목하며 저가 매수…동반 강세 마감 랭크뉴스 2025.03.18
45370 서울의대 교수 4인, 후배 전공의∙의대생 꾸짖다 랭크뉴스 2025.03.18
45369 "스트레스로 입술 다 부르터"…'쌍권'은 왜 강성보수 적이 됐나 랭크뉴스 2025.03.18
45368 밀린 탄핵 사건 먼저 처리하는 헌재... "尹 사건도 정리됐을 것" 관측 랭크뉴스 2025.03.18
45367 美 "원자로 SW 韓 유출시도 적발"…민감국가 지정과 연관 가능성(종합) 랭크뉴스 2025.03.18
45366 "고려아연, 중국에 먹힌다"…혐중 가짜뉴스에 황당 '애국 매수' 랭크뉴스 2025.03.18
45365 전 세계 국가와 '새 무역 협정' 맺겠다는 美… 한미 FTA도 다시? 랭크뉴스 2025.03.18
45364 "커피 안 끊어도 되겠네"…하루 중 '이 시간대'에 마시면 사망 위험 '뚝' 랭크뉴스 2025.03.18
45363 "피청구인" "이 사건 청구를"…문형배 첫 문장에 결론 보인다 랭크뉴스 2025.03.18
45362 한샘·락앤락도 당했다...그들이 손대면 적자로, 사모펀드 그늘 랭크뉴스 2025.03.18
45361 외교부 국정원 산업부 과기부 서로 미뤘다... '민감국가' 골든타임 왜 놓쳤나 랭크뉴스 2025.03.18
45360 아르헨 생필품 소비, 15개월 연속 하락…2월엔 전년 대비 9.8%↓ 랭크뉴스 2025.03.18
45359 '어두운 옷' 입고 걷던 40대, 차량 치여 숨져…60대 운전자 '무죄' 왜? 랭크뉴스 2025.03.18
45358 구글 딥마인드 CEO "인간 수준의 AI 향후 5∼10년 내 등장" 랭크뉴스 2025.03.18
45357 폐기물 맨손으로 재포장해 "2등 기저귀 사세요"…떼돈 번 업체에 中 '발칵' 랭크뉴스 2025.03.18
45356 북마케도니아 클럽 화재 참사에 분노 폭발…수천명 시위 랭크뉴스 2025.03.18
45355 백악관 "우크라이나 평화 합의에 지금보다 가까웠던 적 없어" 랭크뉴스 2025.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