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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보복관세 공언…“미국이 이길 것”
1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아일랜드의 총리 미할 마틴(오른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에게 아일랜드의 국화이기도 한 ‘토끼풀’(shamrock)을 선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일랜드 총리를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일랜드가 미국 제약 산업을 훔쳤다’고 비판했다.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아일랜드의 미할 마틴 총리와의 회담에서 “인구 500만명의 이 아름다운 섬이 미국 제약 산업 전체를 손에 넣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화이자, 보스턴 사이언티픽, 일라이 릴리 등 미국에서 시작된 다국적 제약 기업들을 아일랜드가 저렴한 법인세를 앞세워 유치한 점을 꼬집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일랜드 사람들은 아주 똑똑한 사람들이다. 우리 제약사와 다른 기업들을 세금을 통해 가져갔다. 아일랜드가 기업이 이전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었으면 이전을 막았을 것이라며 “제약사들이 아일랜드로 가기 시작했을 때 ‘그래, 가고 싶으면 가라’고 했겠지만, 미국에 뭔가를 팔고 싶다고 한다면 200% 관세를 매겼을 것이다. 그러면 아마 그들은 미국에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일랜드는 대미 흑자 국가다. 아일랜드 통계청이 밝힌 2024년 대미 수출액은 726억 유로(우리돈 약 114조원)로, 대미 수입액(225억 유로)를 훌쩍 앞선다. 특히 미국에 의약품을 수출하며 아일랜드에 세금을 내고 있는 제약사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상당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 마틴 총리는 아일랜드 기업인 라이언 에어가 미국산 보잉 비행기를 많이 구매하고 있다고 몸을 낮췄다. 그는 “무역은 양방향 도로”라며 700여곳의 아일랜드 기업이 미국에서 영업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점을 언급했다. 또 애플·구글 등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이 유럽에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유럽연합(EU)의 주장과 맞서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구글 편을 들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네들을 탓하는 게 아니다. 유럽연합을 탓하는 것”이라며 “유럽연합에 문제가 있다. 그들은 우리 농산물을 가져가지 않는다. 우리는 베엠베(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수백만대의 자동차를 가져간다”고 거듭 유럽연합을 겨눴다.

트럼프는 유럽연합이 “미국을 이용하기 위해 설립되었다”면서, 아일랜드도 미국을 이용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아일랜드를 존경하고, 아일랜드는 그렇게 했어야 했다“면서도 “하지만 미국은 그런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 둬선 안 됐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석은 지도자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와 같은 수준으로 미국 법인세를 낮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얌전히 굴면 세금을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틴 총리는 기자들 앞에서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으나, 비공개 양자회담은 딱 10분간 진행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럽연합의 보복 관세에 맞대응할 방침을 밝혔다. 그는 “유럽연합이 매우 강경했지만, 이제 우리 차례”이고 “돈의 전쟁에서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기자들 앞에서 말했다. 12일 유럽연합은 트럼프가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를 밀어붙이자 이에 대항해 내달부터 두 차례에 걸쳐 약 260억 유로(우리돈 41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바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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